[사설] "할 수 있다"는 믿음 주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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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세계적 명문 하버드대에서 한국인이 거둔 인간승리의 낭보(朗報)가 잇따라 전해져 세밑을 훈훈하게 해준다. 선천성 척추지방종 환자로 양쪽 다리를 움직이지 못하는 중증장애인 청년이 미국에 건너간 지 2년6개월 만에 당당히 하버드대 입학허가서를 받았다. 그의 입학허가증은 미국 고교 2년생으로 편입해 홀로 기숙사생활을 하며 비장애인도 견디기 힘든 외국생활을 이겨내고 얻은 것이어서 더욱 값지다.

또 한국인 부모를 둔 한 여학생은 아시아계 최초로 이 대학 학부 학생회장에 당선함으로써 3백65년의 하버드대 역사를 새로 쓰게 했다. 더구나 쿠바계 여학생을 러닝메이트로 삼아 거둔 승리여서 이번 선거 결과를 놓고 학교측이 소수민족 학생들의 '거룩한 쿠데타'로까지 평가할 정도라고 한다.

오랜 기간 미국에서 터를 닦은 일반 미국 학생들도 입학이 어려운 하버드대에 장애인으로서 도전하고,동세대 하버드인 가운데 간판격인 학생회장직에 한민족, 그것도 여성으로서 도전하면서 그들이 부닥쳤을 어려움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결코 좌절하지 않고 목표를 이루었다.

하버드대에서 이들이 자신의 의지를 관철할 수 있었던 원천은 긍정적인 사고와 열성이었다. "너는 잘 할 수 있다"는 부모의 신뢰와 칭찬이 그 토대였다고 한다. 영어로 의사소통도 할 수 없는 장애인 아들을 "수영에서 금메달을 딴 투지라면 장애인 차별이 없는 미국에선 더 큰 일을 이룰 수 있다"며 홀로 떠나보낸 부모의 믿음은 위대하기까지 하다.

오늘날 우리 가정의 모습은 어떠한가. 불행하게도 신뢰 대신 불신이, 칭찬 대신 비난이 넘쳐나고 있다. 이 속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아이들마저 자신감을 상실한 채 부모에게 의존적인 나약한 아이로 바뀌어 가고 있다.

하버드에 꽃핀 인간승리를 부러워하기에 앞서 내 아이의 가능성을 믿는 부모가 되도록 하자. 어떤 상황에서도 신뢰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첫걸음임을 이들 인간승리가 실천적으로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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