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지원금은 넘쳐난다 16강만 가다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3면

올 한해 한국축구대표팀의 변화 중 하나는 총체적 지원체계의 가동으로 요약된다.

지난해 11월 정부 차원의 월드컵 16강 진출 지원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문화관광부 차관보를 위원장으로 하고 한국월드컵조직위원회(KOWOC).대한축구협회 등이 참가한 월드컵필승대책위원회가 발족하면서 변화가 예고됐다.

지난 1월 축구협회 기술위원회가 축구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10개 발전방안을 담은 10개년 계획인 '코리아사커비전 2010'을 발표했다. 이어 6월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관계장관회의가 열렸고 9월 관계차관회의를 거쳐 국무조정실 정부지원점검단.재정경제부 경제분야지원단 등이 발족했다.

11월 축구계의 오랜 숙원이던 대표팀 전용 훈련시설인 '파주 NFC'가 문을 열어 대표팀이 마음놓고 훈련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

축구협회의 올해 예산 내역을 들여다보면 월드컵 지원 특수를 실감할 수 있다. 지난해 1백30억원 정도였던 축구협회 예산은 올해 3백억원대로 두배 이상 급증했다.

컨페더레이션스컵과 파주 NFC 건립 등 수십억원씩 잡아먹은 굵직한 지출요인이 있긴 했지만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과 94년 미국 월드컵을 준비하던 90년대 초반 20억원대에 불과하던 당시 1년 예산과 비교하면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더라도 괄목상대한 셈이다.

거스 히딩크 감독을 포함한 네덜란드 코치진(핌 베어벡 코치, 얀 룰프스 기술분석관)을 영입하기 위해 연봉으로만 20억원을 투자했고, 세명의 한국 코치진에도 1인당 1억2천~1억4천만원이 책정돼 있다.

8월 체코 원정 때부터 여섯시간 이상 비행기를 타야 할 때는 선수들에게도 비즈니스석이 제공됐다. 선수 훈련수당도 지난해 하루 6만원에서 올해 10만원으로 늘었고 숙소도 가능한한 1인1실을 원칙으로 마련하고 있다.

대표팀 규모도 엄청나게 늘었다. 과거에는 선수를 제외한 대표팀은 감독.코치 2명, 행정담당 2명,의료 및 마사지사 2명 등 7명 수준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코칭스태프만 5명에다 의료 담당 2명, 마사지사 3명,통역을 포함한 행정 담당 4명, 장비담당 2명,기술위원 등 20명에 육박한다.

축구협회의 한 관계자는 "월드컵을 공동 개최하게 된 덕분에 대표팀 스폰서사도 크게 늘어나 올해 현금 협찬 금액만 70억원에 이를 전망"이라며 "해외 전지훈련 등 대표팀 전력 강화방안을 건의하는 기술위원회 등이 협회 예산담당의 눈치를 보지 않게 된 점도 큰 변화"라고 밝혔다.

이용수 기술위원장은 축구협회 내 기획실을 마련한 것에 대해 특히 뿌듯해하고 있다. 지난 9월 잉글랜드와 독일의 월드컵 지역예선전을 관전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정몽준 축구협회장에게 직접 건의해 마련된 기획실은 한국 축구의 장기 발전 전략을 마련하는 브레인 역할을 맡았다.

▶프로구단의 유소년 육성프로그램 지원▶우수 지도자 육성▶프로구단 추가 창단 등 '사커 비전'이 제시한 발전방안들을 효율적으로 실행하기 위한 세부 프로그램들을 마련 중이고 기술위원회 등 실무진들의 의견을 협회 상층부에 직보하는 역할도 하게 된다.

신준봉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