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승현 불똥 '정권 핵심부'로 번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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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은성(金銀星)전 국가정보원 2차장과 신광옥(辛光玉)전 법무부차관(지난해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에 이어 현 정권 고위층 가족 한 명도 진승현(陳承鉉)씨측 로비를 받았다는 단서가 포착됨에 따라 검찰 수사의 칼날이 정권 핵심부로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검찰은 아직 금품수수 혐의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이 인사가 구속된 민주당 교육특위 부위원장 최택곤(崔澤坤)씨와 빈번한 교류를 해온 사실을 확인하고 辛전차관의 경우처럼 陳씨의 돈이 전달됐을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앞으로 이 인사가 陳씨측 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날 경우 陳씨 사건은 1997년 김영삼(金泳三)대통령 정부 시절의 '한보 사건'에 버금가는 폭발력을 드러낼 가능성이 크다.

◇ 커지는 정권 실세 연루설=서울지검 수사팀은 이미 이달 초 崔씨를 출국 금지시키고 체포 계획을 세웠을 때 그 파장이 고위층 가족 연루 문제로 번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崔씨에 대한 본격 조사를 벌인 결과 ▶崔씨가 97년 대선 무렵부터 고위층 가족과 자주 접촉했고▶현 정부 출범 이후에는 이 인사의 서울 강남 개인 사무실을 자주 출입하는 등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들은 현재 "崔씨에게서 辛전차관말고 다른 사람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며 공식적으로는 '고위층 가족 연루설'을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사정당국 및 검찰 주변에서는 "辛전차관 수사팀이 이미 崔씨가 陳씨에게 정권의 실력자를 소개해 주는 등 로비를 벌였다는 몇가지 단서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 나오고 있다.

수사팀은 이 고위층 가족에게 陳씨가 금품 로비를 벌였는지에 대해 崔씨와 陳씨를 상대로 광범위한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신광옥.김은성 사법처리=검찰은 辛전차관과 김은성 전 국가정보원 2차장의 사법처리를 기정 사실화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崔씨가 쉽게 시인하지 않는 모양인데 辛전차관을 부를 수 있느냐"는 질문에 "정황만으로 전 차관을 사법처리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해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이 관계자는 "청와대 민정수석이 처음 만난 陳씨와 식사를 함께 하며 호의적으로 대했다는 사실은 돈과 연결하지 않고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당사자의 진술과 정황 증거도 거론했다.

검찰은 陳씨가 당시 辛수석을 만난 뒤 崔씨에게 준 수천만원도 辛수석을 소개해준 사례금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또 이번 주 초부터 김은성 전 차장의 사법처리를 위한 준비에 나서기로 했다.

그동안 김재환(金在桓)전 MCI코리아 회장의 잠적으로 金전차장의 소환 시기를 정하지 못하던 검찰이 이번 주 소환 방침을 공식 확인한 것은 金전차장에 대한 혐의 내용을 상당 부분 확인했음을 간접적으로 밝힌 셈이다.

김원배.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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