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연 기자의 의료현장 (27)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비뇨기과(요관결석 수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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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석 너무 커 요관내시경 쓰기로

요관경하배석술을 하고 있는 이형래 교수팀. [최정동 기자]

서울 고덕동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으로 옮긴 이씨는 CT(컴퓨터전산화단층촬영)검사를 받았다. 그 결과, 1.7㎝의 좌측 요관결석이 판독됐다. 요관, 즉 오줌관이 막혀 소변이 잘 안 빠지다 보니 신장이 늘어나는 수신증까지 나타났다.

요관결석은 보통 마취나 입원 없이 외래에서 곧바로 높은 파장의 체외충격파쇄석술로 파괴해 제거한다. 그러나 이씨는 결석의 크기도 클뿐더러 빠지기 어려운 위치에 생긴 경우라 비뇨기과 이형래 교수팀은 요관내시경을 통한 요관결석 제거수술(요관경하배석술)을 결정했다.

20일 오전 8시20분, 전신마취에 들어간 이씨가 수술대에 쇄석위(碎石位)로 누웠다. 산부인과에서 아기를 받을 때의 자세다. 이 교수가 CT를 다시 한번 확인한다. 환자의 몸을 세로로 잘라서 본 그림이다. 양쪽 골반 뼈 사이에 흰색 점이 보인다. 이제 이 녀석을 잘게 으깨러 들어간다.

이형래 교수는 “내시경 하면 대개 위내시경부터 떠올리는데 방광내시경이 중세시대부터 시작해 역사가 더 오래됐다”며 “오늘 수술은 방광내시경으로 방광과 요관을 연결하는 입구(요관구)를 확인하고 카데터를 삽입하는 것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방광내시경보다 얇고 시야가 좁은 요관내시경이 길을 잘 찾아 안전하게 갈 수 있도록 안내 역할을 하기 위함이다.

먼저 방광내시경이 들어가 길 터줘

체외충격파쇄석술. [최정동 기자]

가느다란 방광내시경이 환자의 요도를 거쳐 방광으로 들어간다. 수술실 모니터에 그 모습이 잡힌다. 부드럽게 지나가기 위해 넣은 생리식염수 덕에 내시경이 물속을 헤엄치는 물고기마냥 미끄러져 들어간다.

“소변 나오는 거 보이죠?” 이 교수의 말에 모니터를 보니, 아지랑이가 피어나듯 물줄기가 흔들리며 퍼진다. 수술을 하는 동안에도 몸 안의 장기들은 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방광내시경을 빼고 요관내시경을 넣어 본격적인 수술을 시작할 차례. 요관내시경을 넣으니 모니터에 가득 찼던 화면이 어른 손바닥만 한 크기로 확 줄며 시야가 좁아진다. 다행이 안전하게 길목을 터놓은 방광내시경과 카데터 덕에 요도-방광-요관으로 이어진 꼬불꼬불하고 좁은 길을 쉽게 찾아갈 수 있었다.

그 사이 내시경이 결석을 찾았다. 의료진의 시선이 모두 모니터에 집중됐다. 흰색의 울퉁불퉁한 결석이 보인다. “레이저 준비하세요. 이제 쏠 거에요.” 결석에 1~2㎜의 얇은 레이저 팁을 조준하고 페달을 밟자 분쇄된 하얀색 결석 가루가 흩날린다.

어떤 결석은 매우 단단해 분쇄에 시간이 걸린다. 이형래 교수는 “벽돌이나 차돌처럼 딱딱한 것도 있다”며 “칼슘·수산이나 칼슘·인산으로 된 결석이 단단하고 요산석은 푸석푸석하다”고 설명했다. 다시 시야를 확보하고 레이저 발사. 아무리 간단한 수술도 위험부담이 있다. 자칫 레이저를 요관 점막에 쏠 경우, 요관이 뻥 뚫리기도 한다. 수술자의 정확도가 중요한 이유다.

부수고 남은 가루 긁어내면 끝

요관내시경으로 본 결석. [최정동 기자]

어느 정도 제거되고 남은 부스러기는 스톤 바스켓으로 처리한다. 와이어 끝부분의 갈고리로 결석을 잡고 끌어낸 다음 방광에 떨어뜨린다. “방광 안에 있는 돌은 소변을 볼 때 저절로 다 빠집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더블제이라는 카데터를 넣을 거예요.”

수술을 하는 동안 기구가 왔다갔다하면서 점막을 자극했기 때문에 요관이 부을 수 있다. 긴 철심의 카데터를 넣어두면 수술 후 며칠간 부기가 있더라도 공간이 있어 소변이 잘 빠질뿐더러 통증을 예방한다. 오전 9시2분, 수술이 끝났다. 10여 분 후 마취에서 깨어난 이씨는 다음 날 퇴원해 집으로 돌아갔다. 일주일 후 카데터를 제거하고 경과를 보기만 하면 된다.

이 교수는 “체질에 따라 결석이 많이 생기는 사람이 있다”며 “재발률이 높기 때문에 평소 물을 많이 마시고, 음식을 골고루 싱겁게 먹어 나트륨 섭취를 줄일 것”을 당부했다.

글=이주연 기자
사진=최정동 기자



요로 결석

아기 낳는듯 극심한 통증 … 체외충격파, 마취 필요없어

응급실에서 비뇨기과 의료진을 찾는다면 대부분 요로결석 환자다. 신장·요관·방광·요도 등의 요로에 생긴 돌이 소변의 흐름을 방해하면서 옆구리와 아랫배에 통증을 유발한다. 심한 통증이 몇 분 혹은 몇 시간 단위로 반복되기 때문에 흔히 산통에 비유된다. 토할 것처럼 속이 울렁거리거나 소변에 피가 비치기도 한다.

우리나라 남성의 6.0%, 여성의 1.8%가 평생 한 번 이상 앓는 요로결석. 돌의 크기가 5㎜ 이하로 작고 증상이 가볍다면 하루 3L 이상의 물을 마시고 진통제를 투여해 자연스럽게 배출되도록 기다린다.

나머지는 결석의 위치·강도·크기, 환자의 연령·상태 등을 고려해 치료법을 정한다. 진단 당일, 입원이나 마취 없이 외래에서 높은 에너지의 충격파를 쏘아 결석을 분쇄한다는 장점으로 체외충격파쇄석술을 많이 쓴다. 이를 적용할 수 없는 큰 크기의 요관결석이나 신장결석은 요관경하배석술을 한다. 몸에 흉터가 남지 않는 게 특징이다.

이외에도 옆구리에 1㎝가량의 작은 구멍을 내고 내시경을 넣어 직접 결석을 분쇄하는 경피적신쇄석술이나 복강경·개복 수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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