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중국 경제 대장정] 한국 본사 부도나자 업종 다각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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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하얼빈(哈爾濱) 시앤펑루(先鋒路)의 쌍태전자 앞. 생수가 출렁거리는 파란색 물통을 가득 실은 트럭들이 빈통을 싣고 오는 트럭들과 교차하며 쉴새없이 문을 나선다. 전자부품 업체의 제품으론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생수가 실은 이곳의 주력 상품중 하나다.

쌍태전자는 국내 최대의 컴퓨터 부품업체이던 태일정밀이 1997년 부도를 맞기 1년전 2억달러를 투자해 하얼빈에 설립한 회사다.태일정밀의 부도후 개발투자가 막히자 기발한 아이디어의 업종다각화를 통해 재기를 노리고 있다.

가장 성공한 것이 생수 사업. 전자부품 세척공정에는 이물질이 전혀 없는 '초순수 물'이 사용되는데 이를 음료수로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품질을 인정받아 헤이룽장(黑龍江)성 생수시장서 넘버원 브랜드로 자리를 굳혔다.

하얼빈의 주요 호텔의 미니바에는 물론 상점들이 몰려 있는 중양다제(中央大街)의 슈퍼마킷에서도 쌍태전자의 생수가 가장 앞줄에 놓여 있다. 쌍태전자는 또 물한방울이라도 버리지 말자는 생각에서 알칼리성인 생수를 만들면서 남는 산성수는 화장수나 소독수로 가공해 팔고 있다.

농기계 제조사업도 전망이 밝은 분야다. 헤이룽장성은 논면적이 1백70만㏊에 달하지만 대부분 수작업에 의존해 생산성이 낮다고 한다. 따라서 중국실정에 맞는 값싼 준자동식 트랙터.정미기.건조기.비닐포장기가 먹혀들고 있다는 것.

쌍태전자는 이밖에 한국인 직원들의 생활시설로 만들어 뒀던 구내미용실을 아예 고급 미용센터로 개조해 운영중이다. 또 화장품.술.전동자전거.농산물 가공품 등 대대적인 신규투자 없이도 만들 수 있는 제품을 업종과 관계없이 계속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브랜드는 물론 '쌍태'다. 전태일정밀 사장인 정강환(鄭康煥.56)사장은 "이미 투자해놓은 시설을 최대한 활용해 할 수 있는 사업을 다 해보고 있다"며 "다각화로 기업가치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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