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중땅 '딸들의 반란' 법원 또 제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여자 후손에게도 종중(宗中)회원 자격을 달라는 '딸들의 반란'이 법정싸움 2라운드에서 다시 좌절됐다.

서울고법 민사14부(재판장 全峯進부장판사)는 11일 이원재(54)씨 등 용인李씨 사맹공파 출가 여성 5명이 종중을 상대로 낸 종회(宗會)회원 확인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종중의 본질과 관례에 비춰볼 때 여성이 종원에 포함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판결 이유다. 지난 3월의 1심 재판부도 같은 결론을 내렸었다.

재판부는 "성년 남자를 중심으로 종중이 형성되는 종래의 관습이 헌법상 남녀평등의 이념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볼 여지는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러한 관습이 선량한 풍속과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남성 중심의 종중제가 형평에는 어긋나지만 관례적으로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李씨 등은 판결에 반발, 대법원에 상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상고심에서도 반란이 성공할 전망은 그리 밝아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법조계쪽의 대체적인 생각이다.

대법원이 1992년 종중의 개념을 규정하면서 '종중원은 20세 이상 성인 남자로 한다'는 판례를 유지하고 있어서다.

한편 청송沈씨 종중을 상대로 같은 소송을 낸 심정숙(65)씨 등 여성 7명은 지난 9월 법원의 강제조정에 불복, "종원 자격을 얻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며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

하현옥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