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공동창업자 고든 무어 생물보호 2억6천만불 기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지난 5월 정년 퇴직한 인텔의 공동창업자 고든 무어(72)는 요즘 돈 쓰는데 정신이 없다. 그냥 마구 소비하는 게 아니라 베푸는 일이다.

두달 전 그는 모교인 칼텍(캘리포니아 공과대학)에 대학기부금으론 사상 최대인 6억달러를 내놓은데 이어 9일엔 멸종위기의 생물 보호를 위해 2억6천1백만달러를 환경단체에 기부하겠다고 발표했다. 경영전문잡지 포브스에 따르면 그의 재산은 모두 53억달러로, 미국 내 29위 갑부다.

무어의 이번 기부금은 워싱턴 소재 환경보호단체인 컨서베이션 인터내셔널(CI)이 추진 중인 3백10억달러 규모의 생물 보존 프로그램에 사용될 예정이다. CI는 이 프로그램에 따라 세계 3대 우림지역인 아마존.뉴기니.콩코 등을 비롯한 전세계 25개 지역의 자연생물을 보호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외신들은 빌 게이츠 마이크로 소프트(MS)회장이 지난 6월 에이즈 퇴치기금으로 1억달러를 내놓은 것이 면역학 연구에 활기를 불어넣은 것처럼 무어의 이번 기부가 멸종위기의 생물보호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무어는 반도체 칩의 처리속도가 약 18개월마다 두배로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1968년 앤디 그로브와 인텔을 같이 창업한 뒤 75~87년 최고경영자(CEO)를 지냈으며 이후 97년까지 회장을 역임했다.

윤창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