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영씨 가족 '포트럭' 송년파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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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3면

대학 1년생으로 친구들과 몰려다니느라 정신없는 아들 병준이.

취업 준비 때문에 도서관에서 씨름하는 딸아이 문주.

20년 넘게 묵묵히 공직생활을 하고 있는 아빠 정철규(55)씨.

그리고 초등학교 교사로 이들의 엄마이자 아내역을 맡고 있는 박지영(54)씨.

나이 쉰을 넘긴 평범한 맞벌이 부부의 가정이다.

겨우 4명인 가족이 각자 생활에 바쁘다보니 집안에서 오붓하게 함께 식탁에 둘러앉는 일이 좀처럼 쉽지 않다.

이들이 그동안 서로에게 소홀했던 점을 반성하는 의미에서 지난 1일 저녁 서둘러 가족 송년 자리를 마련했다.

아빠 정씨의 아내 사랑을 담은 제안과 두 자녀의 동의로 가족 구성원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포트럭(potluck)파티가 펼쳐졌다.

포트럭 파티란 음식은 각자 한가지씩 마련해 오고, 파티 초청자는 식기류나 가벼운 음료 정도만 준비하면 되는 것이다.

◇ 엄마 박지영씨=파티 초청자가 돼 가족들을 위한 테이블 세팅을 준비했다. 아들 병준이에게 도움을 청해 싱크대 속 깊숙이 있는 그릇도 꺼내 보았고 예쁘게 네프킨도 접어 두었다.

마실 것으로 남편을 위해선 얼마전 파리 지사 근무를 마치고 귀국한 남편 친구로부터 선물로 받은 양주 '베네딕틴'을 꺼내놓았다.

베네딕틴은 여러 가지 약초가 첨가돼 약술(藥酒)같은 양주라고 소개받았기 때문. 두 아이들을 위해선 새콤한 라임 주스를 반 정도 섞은 사우어 칵테일을 만들어 주기로 했다.

◇ 아빠 정철규씨=직장생활을 하는 아내를 위해 수시로 주방에 들락거리던 솜씨를 뽐내기로 했다. 자신이 만든 닭도리탕.부대찌개.해물파전 등은 아이들과 아내에게 인기 품목.

그러나 이번엔 얼마전 인터넷 요리 프로에서 배운 비장의 무기 '꿀먹은 돼지갈비'를 선보이기로 했다.

오븐에서 꺼내 몇차례 꿀 소스를 발라줘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지만 만드는데 큰 부담은 없었다. 기름이 쪽 빠진 담박함에다 벌꿀의 달콤함이 가미돼 온 가족이 감탄.

◇ 큰딸 정문주=지난번 밸런타인 데이에 군대에 있는 남자 친구에게 선물하려고 배운 초콜릿 케이크를 만들었다. 초콜릿 빛에 하얗게 뿌려진 슈가 파우더(설탕 분말)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아빠의 요리를 도와주면서 시원한 배를 주 재료로 한 샐러드도 준비했다. 샐러드 이름은 아빠가 장난삼아 말한 '사각사각 샐러드'라고 지었다. 지난해 생일선물로 받았던 예쁜 양초도 식탁의 분위기를 높이는데 기꺼이 내놓았다.

◇ 아들 정병준=막내인 데다 집안에서는 아직 철부지 취급을 받아 변변한 일을 얻지 못했다. 일찍 집으로 와 엄마를 도와 청소하는 일이 주 업무였다. 그렇지만 잘 먹고 마셔서 자리를 마련한 다른 가족들에게 기쁨을 주는 것도 대단한 일이라고 자부심에 불탄다.

그런 병준이에게 아빠가 먹고 난 뒤처리 설거지까지 안겼다. 식사를 끝내고 가족들이 차와 커피를 마시는 동안 싱크대 앞에서 열심히 그릇을 닦았다. 그런 아들이 안돼보였는지 곧 엄마도 고무장갑을 꼈다.

오후 7시반부터 시작된 이들의 송년 만찬은 막내의 대학 입학, 부산영화제 자원봉사자로 활약했던 딸의 에피소드, 3천배 불공에 성공한 남편 이야기, 아내의 시인 등단 등 올해 있었던 즐거운 일들의 기억을 떠올리며 10시까지 계속됐다.

유지상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 꿀 먹은 돼지갈비

▶재료=돼지갈비 1㎏

▶밑간 양념=간장 5큰술,맛술 2큰술,두반장 2큰술, 양파 1개, 고춧가루 1큰술,후춧가루 약간

▶꿀 소스=꿀 2큰술, 토마토 케첩 3큰술, 간장 1큰술, 오렌지 마멀레이드 1큰술

▶만드는 법=

①돼지갈비는 뼈 마디 사이를 자른다.

②양파와 고추가루를 믹서에 넣고 곱게 간다.

③밑간 양념 재료와 골고루 섞어 양념장을 만들고 돼지갈비에 버무린다.

④그릇에 담아 냉장고에서 하루정도 재워둔다.

⑤꿀 소스 재료를 섞어 소스를 만든다.

⑥돼지갈비의 양념을 걷어내고 1백70도로 예열된 오븐에서 7분정도 구운 뒤 꿀 소스를 바르고 3분 정도 더 굽는다. 뒤집어서 꿀 소스를 바르고 3분 정도 굽는다. 앞뒤로 꿀 소스 바르고 굽기를 세번 정도 반복한다.

◇ 초코 케이크

▶재료=다크 초콜릿 1백20g, 버터 1백20g,생크림 1백20g, 코코아가루 70g, 설탕A 65g,설탕B 65g, 달걀 노른자 5개분. 달걀 흰자 5개분, 분말 설탕 약간

▶만드는 법=①오븐은 1백80도로 예열한다.

②초콜릿과 버터는 함께 볼에 넣고 물중탕으로 녹인다.

③여기에 생크림을 넣고 잘 섞는다.

④설탕A와 달걀 노른자를 추가해 윤기가 날 때까지 잘 섞는다.

⑤체를 친 코코아가루를 넣고 잘 섞는다.

⑥다른 볼에 달걀 흰자를 넣고 거품을 낸다. 어느 정도 거품이 생겼으면 설탕B를 넣고 단단하게 거품이 생길 때까지 계속 젓는다.

⑦코코아 반죽(⑤)에 흰자 거품(⑥)을 넣고 골고루 섞은 뒤 케이크 틀에 부어 오븐에서 40분간 굽는다.

⑧다 구워졌으면 꺼내서 식힌 뒤 분말설탕을 뿌려서 장식한다.

◇ 베네딕틴 사우어 칵테일

▶재료=베네딕틴 술, 라임 주스

▶만드는 법=베네딕틴과 라임 주스를 반잔씩 섞어 차가운 잔에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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