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테러와 보복의 악순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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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간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주말 팔레스타인 테러조직 하마스가 예루살렘과 하이파에서 연쇄 자살 폭탄테러를 감행한 데 대해 이스라엘은 공습 등으로 팔레스타인을 응징하는 한편 PA를 '테러 지원단체'로 규정, 군사 보복을 강화할 태세다.

양자간 전면전으로 치달을지는 예단하기 어렵지만 이 개탄스러운 테러와 보복의 악순환이 아프가니스탄 사태와 맞물려 자칫 이슬람 세계의 정서를 폭발시키는 쪽으로 진전될까봐 걱정된다.

하마스가 예루살렘 번화가와 하이파의 버스에서 무고한 시민을 상대로 자살 폭탄테러를 자행한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하마스측은 9일 전 그들 군사 지도자를 암살한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이라고 하지만 시민 상대의 무차별적인 자살 폭탄테러는 반인륜적인 범죄행위다. PA마저 이를 규탄하고 비상사태를 선포한 후 하마스와 이슬람 지하드 조직에 대한 대대적인 검거에 나섰다.

미국의 지지 속에 이스라엘이 강공하는 초강수 대응 전략이 야세르 아라파트 PA 수반을 압박해 팔레스타인 과격 테러조직을 도려내도록 하려는 것인지, 아라파트 수반마저 제거하려는 게 목표인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이스라엘이 어느 쪽을 택하든 문제만 더 키울 뿐이라는 것은 팔레스타인 사태의 구조적 문제를 들여다보면 금세 알 수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조직의 테러와 이스라엘 보복의 악순환 사태는 9.11 테러와 관련한 오사마 빈 라덴과 미국의 관계처럼 단순하지 않다. 양자간의 평화와 공존을 일궈낼 상당한 몫이 이스라엘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평화특사가 막 활동을 재개한 시점에 터진 이 비극적인 자살 폭탄테러가 이것으로 끝을 내기 위해서는 양쪽의 칼날 위에 내몰린 아라파트 수반 등 온건파가 팔레스타인 내에서 힘을 얻을 수 있도록 이스라엘이 자제력을 발휘하는 게 첩경일 것이다. 아라파트 수반도 최우선 과제로 과격 테러조직을 제거하는 단호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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