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카에다'거미줄 자금망'"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 보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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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9.11 테러사건의 배후 용의자 오사마 빈 라덴이 이끄는 테러조직 알 카에다는 테러자금을 각국에서 활동 중인 조직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전세계적인 금융 네트워크를 활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29일 자선단체 기부금에서 벌꿀무역.마약거래에 이르기까지 각종 수입원을 통해 알 카에다가 벌어들이는 불법자금이 정상적인 은행예치를 통해 합법적인 자금으로 탈바꿈했으며, 알 카에다는 이를 위해 전세계 60개국의 자체 조직망을 십분 활용했다고 29일 보도했다.

이같은 돈세탁의 주요 거점은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다. 두바이의 금융기관은 국제적으로 가장 자유로운 거래시스템을 갖고 있어 미국과 영국 정보기관들은 테러사건 이후 알 카에다 테러자금 유통의 거점으로 두바이를 지목해 왔다.

알 카에다는 두바이의 몇몇 은행 외에 수단의 하르툼은행, 알 샤말 이슬람은행 등도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무부는 조사 결과 빈 라덴이 1991년 알 샤말 이슬람은행에 5백만달러를 투자한 사실을 확인했다.

은행에 예치된 돈은 다시 뉴욕의 뱅크 오브 아메리카와 프랑스 크레디 리요네, 독일 코메르츠방크, 남아공의 스탠더드뱅크,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의 사우디 홀란디은행 등을 통해 전세계의 알 카에다 조직망으로 전달됐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알 카에다가 이런 방법으로 93년 미국에서 항공기를 구입했다고 밝혔다.

미 정부 요청으로 알 카에다의 테러 자금망을 추적하고 있는 조너선 와이너 전 미 국무차관보대리는 전세계 금융기관을 통해 검은 돈을 순환.증식시키는 빈 라덴의 이같은 자금망을 '네트워크 속의 네트워크'라고 평하기도 했다.

본격적인 알 카에다의 자금줄 차단에 나선 미국 정부는 지난 7일 알 카에다에 대한 자금지원 혐의를 받고 있는 이슬람계 환전소인 '알 바라카트'와 '알 타크와'의 미국내 자산을 동결하고, 각국 정부에 이 조직과 관련된 자산의 동결을 요청했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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