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치다꺼리와 뒤치다꺼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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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알파맘, 헬리콥터맘, 피겨맘…. 자신을 희생해 가며 ‘자식 치닥거리’에 온갖 정성을 쏟아 붓는 이 시대 엄마상을 대변하는 신조어다. 이들을 특징짓는 단어로 ‘치닥거리’란 말을 곧잘 사용하지만 이는 어법에 맞지 않는 표현이다.

남의 자잘한 일을 이리저리 살펴 도와주는 것을 가리키는 말은 ‘치닥거리’가 아니라 ‘치다꺼리’이다. “그저 아이를 따라다니며 치다꺼리해 주는 사람이 아니라 자녀의 꿈을 이끌어 주는 엄마가 돼야 한다”처럼 써야 된다.

‘치다꺼리’ 앞에 ‘뒤[後]’라는 말을 붙여 뒤에서 일을 보살펴 도와주다는 뜻으로 사용하기도 하는데, 이 역시 ‘뒤치닥거리’로 써서는 안 된다. 비슷한 의미로 사용하는 ‘뒷바라지’를 연상해 ‘뒷치닥거리’ ‘뒷치다꺼리’로 적는 경우도 많지만 거센소리인 ‘ㅊ’으로 시작하므로 사이시옷을 넣을 필요가 없다. 종종 ‘뒤치다거리’ ‘뒤치닷거리’로 표기하는 이도 있지만 ‘뒤치다꺼리’가 표준어다.

어원이 불분명한 말은 그 원형을 밝히지 않고 소리 나는 대로 적는 게 원칙이다. ‘(뒤)치닥’이란 명사는 없다. ‘(뒤)치닥+거리’의 구조로 볼 수 없으므로 소리 나는 대로 ‘(뒤)치다꺼리’를 표준어로 삼은 것이다.

이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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