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 해외이탈… 환율 추락…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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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경제가 비상사태에 직면했다. 초저금리속에 자본의 해외이탈이 현실화되고 있고 환율은 심리적마지노선으로 여기던 1050원 붕괴가 초읽기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추락하는 환율= 끝을 모르고 추락을 계속하고 있다.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전 10시45분 현재 전날 종가보다 5.00원 떨어진 1천52.20원에 거래되고 있다.이날 환율은 전날보다 1.20원 떨어진 1천56.00원으로 출발, 오전 9시19분께 1천51.20원까지 하락했으나 이후 오름세로 돌아선 뒤 조정을 받고 있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개장과 동시에 역외매도세가 쏟아진 반면 매수세는 취약해 원/달러 환율이 개장과 동시에 급락했다"고 설명했다.이 관계자는 "추가 매도물량에 따라 환율은 더 떨어질 수 있다"며 "현재 추세대로라면 장중 1천50원선이 붕괴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엔/달러 환율은 오전 10시45분 현재 전날보다 0.03엔 하락한 102.70엔을 나타내고 있다.

◇외국인 투자이탈=지난 5월 한달을 제외하고 매달 수십억달러의 순유입을 나타내던 외국인 증권투자가 지난 9월과 10월 두달 연속 순유출을 나타냈으며, 한때 주춤하던 내국인의 해외증권투자도 다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환율이 1천50원선마저 붕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10월중 국제수지동향(잠정)'에 의하면 지난달 주식과 채권을 합친 외국인증권투자 순유출액은 18억3천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5월 중국경제의 경착륙 우려로 우리나라 금융시장이 충격에 휩싸이면서 31억6천만달러가 이탈한 이후 올들어 가장 큰 규모의 자본이탈이다.

외국인의 국내증권투자는 지난해 5월부터 매달 30억달러 안팎으로 국내에 순유입됐으며 올해 5월의 31억6천만달러 유출 이후 6월 9억7천만달러, 7월 21억3천만달러, 8월 11억4천만달러 등으로 석달 연속 순유입이 이뤄졌다.

그러나 9월들어 1억7천만달러의 순유출로 돌아선 후 10월에 18억3천만달러가 빠져나갔다.

두달 연속 순유출이 이뤄진 셈이다. 외국인의 국내증권투자가 두달 연속 순유출된 것은 지난해 4월 이후 처음이다.

9월의 경우 주식부문에서는 9억4천만달러가 순유입됐으나 채권에서만 11억1천만달러의 순유출을 기록했으며, 10월에는 채권부문에서의 순유출 규모가 3억2천만달러로 둔화됐으나 주식부문에서 15억1천만달러나 이탈했다.

채권부문에서 외국인 투자이탈은 지난 8월 한은의 콜금리 인하로 초저금리 기조가 가속화된 것이 주요한 요인으로 풀이된다. 내외금리차 확대로 인해 국내 채권투자의 매력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주식부문에서 외국인투자 이탈은 일단 국내경기의 불확실성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금리요인을 따지자면 외국인 주식투자 자금이 오히려 유입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지만 이와 반대로 지난달 15억달러 가량이 빠져나간 것은 다른 곳에서 요인을 찾아야 한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자사주매입이 계속되면서 외국인의 집중적인 매도가 이뤄졌고, 환율이 급락하면서 외국인들이 주식매도자금을 환전해 나가면서 상당한 환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원/달러 환율이 1천200원대에 국내에 유입돼 주식투자로 운용됐다가 1천100원 이하에서 다시 달러화로 환전, 해외로 유출됐다면 환차익만으로도 막대한 이익이 생겼을 법 하다.

◇늘어나는 내국인 해외채권투자=한때 주춤했던 내국인의 해외채권투자도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7, 8월 각각 6억달러와 7억4천만달러의 순유출을 나타냈던 내국인 해외채권투자는 9월에 순유출규모가 2천만달러 급감했으나 10월에 다시 5억달러로 확대됐다.

해외채권투자로 돈이 빠져나가는 것은 국내 국고채금리가 미국 국채금리를 밑도는 내외금리차 확대현상이 주요인이지만, 최근의 환율의 급락추세를 감안하면 상당한 위험이 따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기껏해야 1-2%포인트 수준인 국내외 채권금리차에 따른 수익을 챙기려고 해외로 자금을 운용했다가 환율이 현수준보다 더 급락할 경우 막대한 환차손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연기금과 보험사 등 채권에 자금을 운용해야하는 쪽에서는 국내에서 더 이상 돈을 굴릴데가 없어 환리스크를 분산(헤지)하고서 계속 해외투자에 눈을 돌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시중은행들은 기업부문에서 자금수요가 없는데다 가계대출도 포화상태에 달함에 따라 환율이 바닥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판단되는 시점부터 본격적으로 해외부문으로 자금운용에 적극 나선다는 입장이어서 앞으로 자본의 해외이탈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뉴스센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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