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기업들, 성장비결 한국지사 따라 배우기 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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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지난 1일 오후 서울 리츠칼튼호텔 칼라시아룸. 유럽.아시아 등 세계 20개국에서 온 '카페 네스카페' 매니저 20명이 한국네슬레(http://www.nestle.co.kr) 직원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커피를 컵에 담아 길거리에서 마시고 다닐 수 있게 한 테이크아웃(Takeout) 커피전문점인 카페 네스카페의 성공비결을 공부하는 자리였다.

호주에서 온 한 매니저는 "한국의 카페 네스카페가 지난해 말 이후 매장을 25개로 늘리는 등 다른 나라에선 몇년 걸려야 가능한 성과를 1년만에 달성했다"며 "한국에서 배운 노하우를 호주에도 적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외국기업들이 한국지사의 성공사례를 다른 해외지사에도 적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국지사가 독특한 상품, 우수한 고객 서비스,차별화한 직원교육 시스템 등으로 성공을 하자 이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한국을 잇따라 찾고 있다.

◇ 한국지사 상품 역수출=한국 피자헛(http://www.pizzahut.co.kr)은 지난해 11월 '치즈크러스트 피자 골드'라는 메뉴를 개발했다. 이 제품은 3개월 만에 매출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대단했다.

그러자 미국 본사에서 제품개발.마케팅.출시과정 등에 관한 보고서를 보내달라는 요청을 해왔다. 본사는 미국은 물론 남미 지역에도 이 제품을 팔려고 한다.

한국유니레버(http://www.unilever.com)가 지난해 말 전세계 지사 중에서 처음으로 상품화한 '도브크림샴푸'는 1년 만에 한국시장에서 2위에 오를 정도로 성공했다.

이에 따라 홍콩.말레이시아.태국 등 동남아 지사들이 기술을 이전받아 제품 생산을 준비 중이다.본사에서도 세계 지사에 이 제품을 보급할 계획이다.

한국쓰리엠(http://www.3m.co.kr)은 주부들의 아이디어를 공모해 엉키지 않고 다시 사용할 수 있는 '3M 후레쉬 매직 랩커터'를 개발했다. 이 제품은 지난 9월 출시 직후 한국을 방문한 아태지역 담당자의 눈에 띄어 다른 나라에 알려졌다.

최근엔 중국.대만.태국지사 등에서 견본품을 보내달라는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또 본사 직원이 이 제품을 살펴보기 위해 오는 10일께 한국을 방문할 계획이다.

◇ 마케팅 노하우도 전수=영한-바슈롬(http://www.bausch.co.kr)은 올 상반기에 30일 동안 연속해 착용할 수 있는 콘택트렌즈 '퓨어비전'을 출시하면서 온라인 마케팅을 통해 시장을 공략했다.

주 소비자층인 20대 여성의 인터넷 사용이 활발한 점을 감안해 렌즈의 무료 착용 기회를 제공하는 행사를 e-메일을 통해 알렸다. 매출이 크게 늘자 지난 5월 홍콩 지역본부와 대만.싱가포르.베트남 등에 이 사실이 전해졌고 8월에는 홍콩 지역본부 직원이 미국 본사에 가서 보고해 전세계 지사에 성공사례로 통하고 있다.

한국MSD(http://www.msd-korea.com)는 탈모치료제인 '프로페시아'의 판촉을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6개월 동안 20~40대 대머리 쌍둥이 형제 다섯쌍을 대상으로 모발 임상시험을 했다. 쌍둥이 가운데 한 사람에게만 약을 처방해 그 결과를 보여 주었다.

이 덕분에 올해 매출이 지난해의 두 배인 1백억원으로 껑충 뛸 것으로 회사측은 기대하고 있다. 이 소식을 들은 중국과 대만의 지사는 이를 내년의 마케팅 기법으로 도입키로 했다.

◇ 한국만의 비결을 찾아=영국계 두피모발 관리 업체인 스벤슨의 모회사인 코스메틱케어 그룹 태국 지사장으로 근무할 라차다 쉬 퐁. 그는 지난 10월 한달 동안 한국지사에서 고객 서비스 교육을 받았다.

지난해 전세계 지사에서 고객 서비스 만족도 1위를 차지한 스벤슨코리아(http://www.svenson.co.kr)는 직원 워크숍을 수시로 열고 고객이 직접 두피모발 관리사를 평가하도록 해 높은 점수를 얻은 직원을 포상하고 있다. 또 고객에 대한 자료를 10년 이상 보관해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한다.

그는 "많은 나라를 다녀봤지만 고객을 위한 세심한 배려와 서비스는 한국이 최고 수준"이라며 "철저한 직원 교육과 정을 바탕으로 한 한국적인 사내 분위기가 고객 만족으로 이어지는 원동력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패밀리 레스토랑인 TGI 프라이데이스(http://www.tgif.co.kr)는 지난 9월 미국 본사 직원과 아시아 각국의 점장.영업담당 임원 등 30명의 손님을 맞아 매년 급성장하고 있는 회사의 경영 노하우를 설명했다.

방문자들은 특히 신입사원의 경우 자체 직원 교육기관인 프라이데이스 아카데미에서 한달간 교육을 받아야 현장에 투입하는 한국 지사만의 독특한 직원교육 시스템을 집중적으로 공부했다.

김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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