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때 순교한 카톨릭 사제·신도들 추모비 세우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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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6.25 전쟁 때 순교한 가톨릭 사제와 수도자.평신도들을 기리는 작업이 51년 만에 시작된다. 가톨릭은 최근 전쟁 중 순교자들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는 추모비를 건립키로 하고 '6.25 순교자 추모비 건립추진위원회'(지도신부 김병일.이하 추진위)를 2일 발족시킨다.

11월 2일은 가톨릭에서 영혼들을 위해 기도하는 '위령의 날'. 가톨릭은 일단 추모비를 내년 11월 2일 위령의 날까지 건립할 계획이며, 장소는 명동성당이 유력하다.

6.25 당시 순교자들에 대한 추모와 재조명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은 지난 봄 서울대교구장인 정진석 대주교가 사제들 모임에서 추모사업의 추진을 제안하면서부터.

북한과의 관계를 담당하는 민족화해위원회를 대표해 봉두완 대한적십자사 부총재가, 평신도를 대표해 여규태 평신도협의회장이, 재정적 뒷받침을 위해 박광순 가톨릭경제인회장이 함께 공동준비위원장이 됐다. 2일 오후 6시 30분 정식으로 추진위가 발족되면 원로 사제들을 고문으로 위촉하는 등 기구를 확대.정비할 계획이다.

한국천주교 전체에 걸쳐, 사제만 아니라 평신도와 수도자까지, 전쟁 중 순교가 확인되는 모든 사람을 추모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문제는 순교자를 확인하는 절차다. 현재 순교자로 확인된 사제는 모두 84명. 사제의 경우 교황청에 보고하기 위해 꾸준히 파악해왔기에 상당수는 이미 확인된 상태다. 84명 중에는 주교가 3명, 몬시뇰(교황의 보좌관이란 뜻의 고위직 사제) 1명이 포함돼 있다.이들 고위직 사제 중 평양교구장이었던 홍용호 주교만 한국인이며, 나머지는 외국인 신부다.

추진위는 수도회 등을 통해 전쟁 중 순교한 수도자의 명단을 확인하는 한편 평신도 순교자들을 확인하기 위해 '순교자 신고창구'(02-755-1434)를 운영키로 했다. 창구를 통해 신고가 들어오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교회사연구소 등 여러 기관을 통해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 뒤 순교자로 인정하게 된다.

김병일 신부는 "전쟁 당시 많은 사제와 천주교인이 스스로 목숨을 바쳤다. 특히 이북에서 활동하던 많은 신부는 남쪽으로 피란오면 살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신자들과 함께 하기 위해 자리를 지키다 목숨을 잃은 경우가 많다. 늦었지만 아직 당시를 경험하고 증언해줄 사람들이 살아 있는 상황에서 이런 일을 시작할 수 있게 돼 반갑다"라고 말했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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