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보수·노동당 “클레그를 잡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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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영국에서 총선이 실시된 지 사흘이 지난 9일(현지시간)에도 집권 세력이 결정되지 않았다. 이날 보수당과 자유민주당(자민당) 중진들이 연립정부 구성을 위한 협상을 벌였다. 전날에는 보수당의 데이비드 캐머런 당수와 자민당의 닉 클레그(사진) 당수가 70분 동안 만났다. 보수당은 3개의 장관직을 할당하겠다고 제시했으나 자민당은 비례대표제 도입 등을 요구하며 몸값을 높이고 있다.

정권 교체 위기에 몰린 노동당도 자민당에 연정을 위한 구애작전을 펼치고 있다. 노동당의 고든 브라운 총리는 클레그 당수에게 두 차례 전화를 걸었다. 두 번째 통화는 15분가량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브라운 총리는 선거 결과가 나온 7일 “자민당과 언제든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보수당에 패배한 브라운 총리에 대한 사임 압력은 더욱 커졌다. 선데이 타임스는 여론조사기관 유거브(YouGov)의 설문조사에서 62%의 응답자가 “총리가 즉각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영국 총리는 왕으로부터 사직을 허락받거나 의회에서 불신임이 가결될 경우에만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다. 따라서 브라운 총리는 원칙적으론 새 의회에서 불신임 투표가 이뤄질 때까지 버틸 수도 있으나, 보수당과 자민당의 연정 수립이 확정되면 곧바로 사직 의사를 밝힐 것으로 전망된다.

6일 실시된 총선에서는 보수당이 306석을 얻어 제1당이 됐고, 집권 노동당은 258석의 제2당으로 전락했다. 클레그 돌풍을 일으켰던 자민당은 57석을 차지했다. 영국에서는 과반(326석) 의석을 확보해야 정통성 있는 집권 세력으로 인정받기 때문에 연정 협상이 벌어지고 있다. 노동당은 과반의 세력을 갖추려면 자민당뿐만 아니라 군소 정당과도 연대해야 한다.

파리=이상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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