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지급기 사용 수수료 카드-은행 '힘겨루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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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한미.기업.경남 등의 은행과 삼성.LG.현대.동양 등의 비은행계 신용카드회사가 현금자동지급기(CD) 사용 수수료를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CD망을 갖고 있는 은행들이 현재 건당 1천원인 CD 이용 수수료를 2천~5천원으로 올려달라고 요구한데 대해 카드회사들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양측의 대립은 급기야 현금서비스 중단 사태로 번졌다. 수수료 5천원 인상안을 내놓고 삼성카드와 지난 6월부터 협상을 벌여온 한미은행은 25일 하루 동안 삼성카드에 대한 현금서비스를 중단했다. 한미은행은 일단 26일부터 서비스를 재개했지만 다음달 15일까지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12월부터 다시 서비스를 중단하겠다는 방침을 삼성카드에 통보한 상태다.

한미은행 관계자는 "1993년 1천원으로 수수료를 정한 이후 한번도 올린 적이 없으므로 수수료 인상 요구는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카드측은 "93년 당시 월평균 72만건이었던 삼성카드 고객의 CD 이용 건수가 7백50만건으로 10배 이상 늘었다"며 "이용량이 늘면 수수료를 깎아줘야지 올리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맞서고 있다.

비은행계 카드회사들은 이번 수수료 분쟁이 단순한 금전적인 문제 때문만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외환위기를 맞아 은행들이 신용카드 사업에 신경쓰지 못하는 사이 삼성.LG카드 등이 회원을 늘려 시장 점유율을 높이자 은행들이 CD망을 무기로 시장 탈환에 나선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국민.주택.조흥은행 등은 CD망이 신용카드 사업의 핵심 인프라라는 점을 인식해 처음부터 비은행계 카드회사에 CD망 제공을 거부해 왔다.

카드회사 매출에서 현금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65%(지난해 기준)로 수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카드회사는 현금서비스를 통해 얻는 수입은 인출액의 2% 정도라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20만원을 인출하면 카드회사는 4천원의 수입을 올린다는 것이다. 카드회사는 수입 중 절반 가량은 자금 조달에 따른 이자 비용으로 내고, 대손충당금.청구서 발송비.인건비.CD수수료 등의 비용을 공제하면 실제 순수익은 거의 없다는 것.

비은행계 카드회사들은 현재 1천원인 CD이용 수수료를 은행들 요구대로 올려주면 현금서비스 장사에서 적자를 내게 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차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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