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댕, 제자들과 한자리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1면

▶ 건축적인 구성미가 돋보이는 앙트완 부르델의 1909년작‘활을 쏘는 헤라클레스’(사진위), 단순한 구조로 추상조각의 길을 연 아리스티드 마이욜의 1930년 작 ‘드뷔시를 위한 기념비’.

조각가 오귀스트 로댕(1840~1917)이 대중에게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린 첫 작품의 제목은 '코가 부러진 남자'였다.

프랑스의 국전이라 할 '살롱전'에서는 낙선했지만 근대 조각의 문을 연 로댕의 정신을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그림 같은 미남상보다 현실에 있음직한 부러진 코의 사나이를 사실적으로 빚어낸 그의 손은 얼음 같던 인물상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1877년 사람 몸을 직접 떠낸 것이 아니냐는 구설에 오른 '청동시대'와 87년 죽음을 눈 앞에 두고 울부짖는 남자들을 괴기스레 묘사한 '칼레의 시민상'을 거쳐 97년 울퉁불퉁한 몸집의 소설가 '발자크 나신상'에 이르러 로댕은 인습에서 완전히 벗어나 조각에 근대적인 자율성을 불어넣었다는 평을 듣게 된다.

로댕의 이런 정신을 이어 프랑스 근대조각을 완성한 이는 앙트완 부르델(1861~1929)과 아리스티드 마욜(1861~1944)이다. 26일부터 2005년 2월 6일까지 서울 태평로 로댕갤러리에서 열리는 '근대조각 3인전'은 이들의 원작 28점을 한자리에 모아 서구 현대조각의 뿌리를 찾아보는 기회다.

로댕의 제자로 그의 사실적 표현을 따르면서도 조각에 건축적인 구성을 일군 부르델, 풍만하면서도 섬세한 여성상으로 20세기 추상조각의 길을 연 마욜의 작품 세계를 한자리에서 꿸 수 있다.

매일 오후 2.4시, 주말은 오전 11시에 한번 더 열리는 전시설명회를 이용하면 작품 이해에 도움이 된다. 전시작을 자유롭게 소묘할 수 있는 갤러리 드로잉 프로그램과 철사로 형상을 따라빚는 조각 만들기가 무료로 마련돼 다양한 문화체험이 가능하다. 전시 기간 중 격주 목요일(12월 9.23일, 2005년 1월 6.20일, 2월 3일) 오후 7시 전시장에서 '로댕갤러리 음악회'도 즐길 수 있다. 02-2259-7781.

정재숙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