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재정 효율성 끌어올려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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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나라 살림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세금이 덜 걷히면서 재정의 효율성.안정성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올들어 경기가 수직강하하면서 9월 말까지 걷힌 세금(국세 기준)은 67조7천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조2천억원 밑돌고 있으며, 연말까지 정부가 설정한 세수(稅收) 목표액(88조5천억원)을 채우기 어려운 실정이다.

내년에는 세금을 올해보다 6조원 가량 많은 94조원이나 거둬야 하지만 징세 여건은 오히려 나빠질 전망이다. 덩치가 큰 법인세.소득세는 올해 불경기로 줄어든 소득에 대한 세금을 내년에 걷기 때문에 세수 확보에 어려움이 클 것이 분명하다.

선거가 있는 해에 무리하게 세금을 긁어들일 수도 없을 것이므로 이래저래 세수 차질은 불가피할 것이다. 반면 테러 전쟁의 진전 과정에서 언제 추가적인 재정 수요가 발생할지 몰라 재정 운용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대규모 적자 재정을 감수하지 않는다면 문제를 푸는 방법은 재정 운용의 효율성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길밖에 없다. 이를 위해 우선순위나 경제성.시기 등에 문제가 있는 재정 지출은 빨리 바로잡아야 한다. 예컨대 교육여건 개선을 내세워 내년 초까지 6개월여 만에 6천여개의 교실을 무슨 군사작전하듯 짓는 데 5천억원 가량의 예산을 쏟아붓는 식의 재정 지출은 재고해야 한다.

정부가 산하 기금.공기업 예산을 합쳐 올해 책정한 사업성 예산(1백25조원)의 집행 속도를 가리키는 진도율은 지난 15일 현재 72%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정상적인 속도라면 9월 말에 75%를 넘어섰어야 했다. 사업성 예산이야말로 재정이 경기를 부추기는 대표적 수단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집행의 효율성도 대폭 끌어올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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