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성규제 당연" 간통죄 합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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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25일 헌법재판소(헌재)가 형법 상의 간통죄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것은 아직은 간통죄가 건전한 가정.사회를 유지하는 데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부부가 성적 의무를 성실히 이행케 하고 가족 유기(遺棄).이혼을 억제하는 데 간통죄가 기여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헌재는 또 간통죄 규정이 국가에 부여된 개인의 존엄과 남녀평등을 기초로 한 혼인과 가족생활의 보장 의무를 이행하는 데 필요한 법률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헌재는 간통을 한 사람에 대해 2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한 형법 241조가 성적 자기 결정권을 규정한 헌법 37조 2항(국민의 자유와 권리의 존중)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부부 모두에게 고소권이 인정되는 이상 간통죄 규정은 평등원칙(헌법 11조 1항)을 거스르지 않는다고 헌재는 밝혔다.

반면 재판관 9명 가운데 유일하게 위헌 의견을 낸 권성(權誠)재판관은 "간통죄는 당사자의 인격적 자주성, 즉 성적 자기결정권을 박탈해 성적 예속을 강제하는 것"이라며 "간통문제는 국가가 형벌로 다스려야 할 범죄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범죄 예방효과가 거의 없고 가정.여성 보호 기능이 의문스러운 상황에서 간통을 범죄 범주에 넣어 처벌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헌재는 1990년과 93년에 이어 이번에 세번째로 간통죄에 대한 합헌결정을 내렸다. 다만 헌재는 이번 결정에서 사회적으로 성에 대한 개방풍조를 어느 정도 수용하는 인식의 변화를 보였다. 즉 합헌결정을 내면서도 성 개방에 대한 사회적 수용 분위기를 감안, 이례적으로 "입법자는 간통죄 폐지론에 대해 진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이다.

헌재 관계자는 "재판관들이 결정과정에서 사회적 성의식 변화에 대해 치열하게 논의했다"고 귀띔했다.

◇ 엇갈리는 여성계=헌재 결정에 여성계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90년 여성계가 한 목소리로 간통죄 존치를 주장했던 것과는 달라진 양상이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박소현 위원은 "여성의 사회적.경제적 지위가 남성에 비해 열악한 현실을 고려할 때 이번 합헌결정은 당연한 것"이라고 환영했다. 그는 또 "간통죄가 여성들을 심리적으로 보호하고 있는 만큼 폐지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여성민우회 '가족과 성 상담소' 양혜경 소장은 "부부의 성적 결정에 법이 개입하는 것은 아무리 봐도 시대착오적 행태"라며 "이제 간통죄를 폐지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간통죄 폐지론을 제기했던 저널 '이프(if)'의 황오금희 편집장은 "간통죄로 아내를 고소하는 남편이 남편을 고소하는 아내보다 더 많고, 간통죄로 피소된 여성의 인권이 무시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간통죄는 더 이상 여성과 가족을 보호하는 법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박혜민.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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