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과학] 고흥 안동고분 출토유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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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금동관모 보존처리 전(오른쪽)과 후. 흙과 뒤엉켜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었으나 보존처리 후 금빛이 도는 원형이 살아났다. [국립문화재연구소 제공]

전남 고흥군 안동고분 출토유물 188점이 4년여 만에 복원됐다. 2006년 전남대박물관이 발굴한 1500여 년 전 유물을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재보존과학센터가 보존처리를 맡았던 것이다. 출토 당시 유물 상태는 흙과 뒤엉켜 그 원형을 알아보기 힘들었다. 그러나 복원 후엔 금동관모·금동신발·철제갑옷·투구 등이 제 모습을 찾았다. 여느 문화재 복원처럼 과학적 기법이 큰 역할을 했다.

보존처리는 발굴 작업에서부터 시작됐다. 출토 유물을 흙덩어리째 수습해 연구소로 가져왔다. X선, CT 촬영 등으로 내부에 어떤 유물이 있는지 확인했다. 그리고 나서 흙을 하나하나 제거해가며 형태를 찾아냈다. 금속이 더 이상 부식이 진행되지 않도록 안정화 처리하고, 부서진 조각을 이어 붙였다.

권혁남 학예연구사는 “관모(冠帽)는 조각이 수백 개나 나올 정도로 부식이 심했다. 맞아떨어지는 조각을 찾아 퍼즐처럼 맞춰나갔다”고 설명했다. 금속 유물을 붙일 때는 보통 셀룰로오스나 시안아크릴 계통의 수지를 접착제로 사용한다. 이들은 만에 하나 보존처리가 잘못됐을 경우 제거해 처음의 모습으로 되돌릴 수 있는 소재다. 권 연구사는 “다만 철제 갑옷처럼 강도가 필요한 유물에는 에폭시를 일부 사용했다”고 말했다. 에폭시는 강도가 뛰어난 대신 금속과 중화반응을 일으킨 뒤엔 제거할 수 없다. 금동신발의 경우 신발 안에 채워진 흙을 남긴 채 보존 처리했다. 흙을 제거할 경우 신발의 형태를 유지할 수 없을 만큼 부식이 심해서다.

보통 철제 유물을 보존처리하는 데는 반년, 금동 유물은 1년이 걸린다고 본다. 금동 유물은 이물질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금도금이 떨어져나갈 수 있어 철제 유물보다 섬세하게 작업해야 한다. 권 연구사는 “전반적으로 유물의 상태가 좋지 않았고, 수량이 많은데다 금동관모와 금동신발은 편이 자잘해 더 오래 걸렸다”고 설명했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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