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 아시안게임 바둑, 최대 승부처는 체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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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바둑 종목 최초의 금메달을 손에 넣기 위한 한·중·일 3국의 경쟁이 벌써부터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사진은 2008년 베이징에서 열린 월드마인드스포츠게임 바둑 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한국팀이 시상대에 올라 환호하는 장면. 왼쪽 끝에선 2위 중국팀(마샤오춘 9단), 오른쪽에선 3위 일본팀(요다 노리모토 9단)이 부러운 듯 한국팀을 바라보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바둑을 만든 요(堯)임금은 바둑이 스포츠가 되리라는 것을 상상이나 했을까. 더구나 올해 11월엔 아시안게임에서 바둑이 처음으로 정식 종목이 되어 메달을 다툰다. 5000년의 역사를 지닌 ‘동양의 머나먼 도(道)’는 이제 운동 경기가 됐다. 주관 단체인 대한바둑협회는 7월 12일까지 대표선수 명단을 대한체육회에 제출해야 한다. 한데 ‘선수’들은 전부 한국기원 소속이다. 프로 쪽의 한국기원과 아마 쪽의 대한바둑협회는 통합을 모색하다가 얼마 전 결별을 선언하고 헤어졌다. 바둑계는 아시안게임을 통해 바둑이 다시 한번 불붙기를 기원한다. 이런 팬들의 염원을 잘 알기에 두 단체는 모든 걸 덮어두고 일단 손을 잡았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오월동주(吳越同舟) 격의 두 단체가 아시안 게임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은 아슬아슬하다.

어떻게 최강팀을 구성하느냐가 당면 과제다. 남녀 단체전과 혼성페어 등 3개 종목에서 한국은 중국의 강세를 극복하고 최소 두 종목에서 우승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대표팀 총감독 양재호 9단과 남자팀 코치 김승준 9단, 여자팀 코치 윤성현 9단, 그리고 선수강화위원회(위원장 최규병 9단)는 이 문제에 부심해왔다. 랭킹으로 뽑으면 간단하지만 여자 팀은 이미 지난해 11월부터 상비군을 운영해왔고 남자는 금메달을 딸 경우 병역 면제의 혜택이 있어 너도 나도 대표선수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남자팀, 이창호-이세돌 확정=3개 종목 중 금메달이 가장 유력한 남자단체는 선수 5명에 교체 선수 1명까지 6명이 필요하다. 이창호 9단과 이세돌 9단은 선발전 없이 선수로 확정했고 다른 선수들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본인들도 수락했다. 나머지 4명은 랭킹 20위 안에서 뽑는데 랭킹 3~6위의 기사가 절대 유리한 시스템이다. 10일부터 선발전에 들어간다.

여자 팀은 정 선수 3명에 교체 선수 1명까지 4명이다. 중국에 비해 약간 열세라서 일찌감치 훈련에 들어갔다. 일류 남자 기사들이 파트너로 훈련에 참가하고 있어 성과가 크다. 선수는 상비군리그에서 2명을 뽑고 나머지 2명은 선발전에서 뽑는다. 팀 전력을 위해선 여자바둑의 ‘투 톱’이라 할 박지은-조혜연이 꼭 필요하지만 이들은 상비군도 아니라서 선발전을 통과해야만 한다. 고려대 재학 중인 조혜연은 선발전에 참가할 것이고 대표가 되면 아시안게임을 위해 마지막 학기를 쉬겠다고 밝혔다.

가장 열세인 혼성페어 종목의 경우 아직 윤곽을 그리지 못한 상태다. 중국과 일본은 페어 바둑이 오래됐지만 한국은 낯선 종목이다. 이창호9단이나 이세돌 9단은 페어바둑을 두어본 일이 없다. 또 실력 외에 호흡이나 전략이 중요한데 페어 일정에다 단체전까지 소화하려면 엄청난 체력이 필요하다(페어 선수는 규정상 대표선수 중에서 뽑아야 한다).

◆체력이 가장 큰 변수=일정을 보면 11월20~22일 사흘간 혼성페어가 치러진다. 하루 3판씩 이틀간 두고 사흘째는 준결승과 결승전이 이어진다. 이튿날(23일) 곧바로 남녀 단체전이 시작되는데 하루 2판씩 사흘을 둔 뒤 나흘째는 4강 토너먼트다. 페어 선수는 단체전까지 7일간 모두 16판을 계속 두어야 한다. ‘하루 한 판’이란 오랜 불문율은 사라졌다. 약한 팀도 많이 만나겠지만 강철 체력이 없이는 견디기 어려운 일정이다. 체력 문제는 스포츠로서의 바둑이 감내해야 할 시련(?)이다. 대표선수가 확정되면 바둑 공부 외에 달리기도 병행해야 할지 모른다.

중국은 오래전부터 치밀하게 준비해왔고 일본도 최강 팀 구성을 위해 3대 타이틀 보유자를 우선 선발한다는 소식이다. 스포츠가 된 바둑, 그리고 첫 번째 치러지는 아시안 게임에서 바둑 강국인 한·중·일의 치열한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과연 첫 번째 금메달은 어느 나라에 돌아갈까.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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