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의대 신설 제대로 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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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교육인적자원부와 보건복지부가 국립대 한곳에 한의학과를 신설키로 하자 졸속 정책결정이란 시비가 일고 있다.

특히 지난 10년간 한의대 정원 억제 방침을 고수해 오던 복지부가 지난 8월 돌연 입장을 바꿔 국립대 한의학과 신설을 검토할 수 있다는 의견을 교육부에 보냈을 뿐 아니라 특정 국립대를 추천한 것으로 드러나 특혜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복지부측은 국립 한의대 신설이 한의학의 질적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에서 한의학계의 의견을 받아들였다고 말하고 있다. 한의학의 세계화를 위해서도 한의학 발전은 서둘러야 할 국가적 중요 과제 가운데 하나임에 틀림없다.

현재 한의학과가 설치된 대학이 11개에 이르지만 몇몇 대학을 제외하곤 재정이나 수업여건 등이 매우 열악한 상태라고 한다. 일부 대학의 경우 실험.실습장비 부족 등으로 '제2의 허준'을 꿈꾸며 입학한 우수 학생들에게 실망감만 안겨주고 있다고 하니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정책 추진이나 변경 과정은 투명해야 한다. 그러나 복지부는 지난 3월까지만 해도 "현재의 한의대 입학정원(7백50명)을 동결해도 2012년 이후에는 공급 과잉이 전망돼 한의학과 신.증설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교육부에 보냈다가 다섯달 만에 슬그머니 입장을 바꿨다.

심지어 당시 신청 대학(2개교) 중에서 한 군데만 출장조사한 뒤 이 대학이 좋을 것 같다고 교육부에 추천했다. 추천한 날짜도 한의사협회가 이 대학의 한의학과 신설 추천서를 교육부에 보낸 직후였다고 한다. 그러니 특정 대학 봐주기가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것 아닌가.

국립 한의대 신설이나 한의학과 정원 증원 문제가 책상이나 밀실에서 결정돼선 두고두고 뒷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제라도 이를 공론에 부치고 학교 선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그것만이 특혜시비를 차단하는 길일 것이다. 동시에 현재의 한의학과 정원이 적정한지도 다시 면밀하게 따져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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