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유창혁-고노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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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日本 바둑팬들이 통탄한 한판

총보 (1~268)=고노린6단은 일본 기사로서는 근래 보기 드문 좋은 신인이어서 많은 관심을 끌었다. 일본도 예전에는 10대의 멋진 강자들이 자주 출몰했었다. 기타니 가문의 삼총사(가토.이시다.다케미야)가 그렇고 조치훈.고바야시.요다 노리모토.유시훈 등이 그랬다.

그런데 신인들의 종적이 묘연해진 일본에서 이번에 20세의 고노린6단이 나타나더니 막강한 유창혁9단과 호각의 승부를 펼쳤다. 모두들 대견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기보를 보면 51의 상상을 절하는 강수가 맨먼저 선명하게 떠오른다.고노린은 이 한수로 중반의 주도권을 잡았는데 '한국류'를 연상케하는 이런 파격적인 힘에다 차분한 운영능력을 겸비하여 상대가 되지 않으리라는 예상을 뒤엎고 劉9단을 줄기차게 괴롭혔던 것이다. 종반에 등장한 141,145의 중앙파괴 수순도 날카롭기 그지없었다.

그는 여기서 완전한 승세를 잡았으나 끝내기 실수에다 최후에 250의 묘수를 당해 역전당했다. 일본 관계자들이 땅을 치며 한탄할 만한 장면이었다.

32강전의 많은 바둑 중에서도 劉9단과 고노린6단의 바둑을 선택한 데엔 또 한가지 이유가 있다. 지난해 챔피언인 劉9단이 16강전에서 탈락해버려 이 판이 아니면 지난해 우승자의 얼굴을 다시 볼 수 없게 됐기 때문이었다.

삼성화재배에 이어 올해 춘란배마저 휩쓸며 국제대회서 펄펄 날던 劉9단이 이번 대회서 초반 탈락한 것은 아쉽다(90.96=84, 87.93=75, 186.192=180, 189.239=183, 241.247=13, 262.268=198, 244=152, 259=265). 268수끝 백불계승.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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