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본정상 대화채널 복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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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일본 총리는 15일 과거사에 대한 올바른 기술이 이뤄져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이를 위해 양국 전문가들로 '역사 공동연구 기구'를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金대통령과 고이즈미 총리는 청와대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이같이 합의하고 이를 논의하기 위해 조만간 외교 당국간 협의를 시작하기로 했다.

회담에서는 또 A급 전범이 함께 있는 야스쿠니(靖國)신사와 관련, 고이즈미 총리가 "전세계의 누구라도 부담없이 전몰자에 대한 참배가 가능한 방향을 검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부 당국자는 "A급 전범을 제외한 전몰자 시설을 만들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이 당국자는 "이번 회담은 사실상 중단 상태이던 한.일 양국간 정상대화 채널이 복구됐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남쿠릴 열도의 한국 어선 꽁치 조업과 관련,金대통령이 "일본과 러시아간 협의에서 우리의 전통적 어업 이익이 훼손돼서는 안된다"고 지적했고, 고이즈미 총리는 "대화를 통해 합리적인 해결이 가능하도록 고위 외교 당국간에 진지한 협의가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고이즈미 총리는 옛 서대문형무소 터인 독립공원을 방문, 역사 전시관을 관람하고 추모비에 헌화한 뒤 "일본의 식민지 지배로 인해 한국 국민에게 많은 손해와 고통을 안겨준 데 대해 진심으로 반성하고 마음으로부터 사죄하는 심정으로 시설을 둘러봤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지금까지 외국의 침략, 조국 분단 등 참기 힘든 곤경과 수난 속에서 (한국 국민이) 받은 고통은 저의 상상을 초월한다"면서 "한.일관계는 이런 과거 역사를 기초로 반성하면서 고통스러운 고난을 두번 다시 겪지 않도록 서로 협조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진국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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