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멋대로들 굴어요" 이회창총재 고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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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좀 가만히 있어요. 왜 멋대로들 굴어요. 당 총재가 달리 앉아있는 줄 알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얼굴)총재가 15일 비공개 의총에서 버럭 고함을 질렀다. 미국의 대(對)테러전쟁을 둘러싸고 김원웅(金元雄)의원과 다른 의원들 사이에 빚어진 감정충돌을 가라앉히는 과정에서다.

권기술(權琪述)의원이 먼저 金의원의 'MBC 100분 토론'에서의 발언("이번 전쟁은 미국 군산복합체의 의도며, 우리가 반이슬람 태도를 취하는 것은 옳지 않다")을 문제삼으면서 소란이 시작됐다. 權의원은 "당기위원회는 뭐하는 곳이냐. 6.25전쟁을 통일전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우리 당에 있어선 안된다"고 주장했고, 金의원이 반박발언을 하려 하자 몇몇 의원이 "들을 필요없다"며 퇴장하려 했다.

그러자 李총재는 "뭐하는 거요", "김원웅 의원 할 말이 뭐요. 나도 당신에게 할 말이 있으니 간단히 얘기해봐"라고 소리치며 양측을 비판했다. 金의원이 재차 "테러사건을 해결하는 열쇠는 미국의 왜곡된 중동정책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하자 李총재는 "전적으로 잘못된 발언"이라고 잘랐다.

李총재는 이어 "당론을 정해 총재로서 연설한 것을 반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밖에서 개인이 함부로 얘기해 콩가루니, 정체성 없는 정당이니, 보혁(保革)이 싸우니 하고 비춰지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총재가 부족하고 미흡하면 직접 와서 얘기해달라"고도 했다.

李총재 측근은 李총재가 '폭발'한 데 대해 "의총에선 처음"이라며 "그간 참아왔던 당내 분란에 대해 공개적으로 경고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대선을 앞둔 李총재에겐 미국 변수가 중요하고도 예민한 문제란 점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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