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33인 사법개혁 촉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지방법원 부장판사를 비롯한 현직 판사 33명이 사법부 개혁을 주장하고 나서 법조계에 파문이 예상된다.

이들은 15일 '법의 지배 확립을 위한 사법부 독립과 법원 민주화를 생각하는 법관들의 (사이버)공동회의'(약칭 법관공동회의)를 발족하고 다음달부터 판사들 사이에 사법개혁을 위한 활발한 토론을 벌여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보수적인 판사 사회에서 이같은 공동회의 형식의 집단 움직임은 이례적이다.

이들은 발족 취지문에서 "정부 수립 후 50여년이 지나도록 일제 식민사법과 독재사법의 전통을 이어받은 사법부의 근본적인 틀이 변한 것이 없다"며 현재의 사법시스템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들의 주요 주장은 ▶기형적인 사법부 인사관행 타파▶법관의 신분보장을 통한 공정한 재판 보장▶토론을 통한 건설적인 대안 제시 등이다.

이번 법관 공동회의는 서울지법 민사합의28부 문흥수(文興洙)부장판사의 주도로 이뤄졌다. 文부장판사는 이날 "전국 1천7백여명의 판사들에게 공동회의를 제안, 지방법원 부장판사 7명을 포함해 33명이 발기인 및 운영위원으로 참여했다"고 밝혔다. 文부장판사는 1999년 대전 법조비리 사건 때도 사법제도 개혁을 촉구하는 글을 사법부 내부통신망에 띄우는 등 수차례 개혁을 촉구했었다.

공동회의에 참가한 판사들은 "법관들이 승진에서 탈락하면 변호사로 나가는 현재의 인사 관행으로는 양심에 따라 재판하기가 힘들다"고 지적했다.

또 "대법원장이나 대법관으로 임명될 가능성이 있는 선배들인 변호사들을 상대로 제대로 판결할 수 있으려면 법관에 대한 신분보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대법관 이하 법관들은 헌법규정에 따라 10년 단위로 재임용 형식을 밟고 있으며 고법 부장판사 승진인사 때 같은 해에 임관된 판사들의 절반 가까이가 자진사퇴하고 있다.

◇ 법조계 반응=대법원 관계자는 "개혁을 하자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현재 법관 인사에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식의 지적은 수긍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또 일부 판사들은 "(법관공동회의가)지나치게 이상론에 치우친 것 같다"거나 "판사들도 보수성향을 벗고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토론할 필요가 있다"는 등 엇갈리는 반응을 보였다.

김승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