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어 전문가들 힘모아 '중동 돕기' 나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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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중동이 이렇게 어려운 시기야말로 우리가 나설 때라고 생각합니다."

지난달 8일 문을 연 국내 최초의 중동 전문 경영 컨설팅업체인 ㈜우리와 중동(http://www.kormid.com)은 창립 사흘 만에 미 테러 사건을 맞았지만 오히려 힘을 내고 있다.

사무실이 있는 서울 한남동 이슬람사원센터 정문을 경찰들이 지키고 있는 경직된 분위기 속에서도 이들은 한국기업의 중동진출 상담과 아랍어 통.번역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 MBC '이슬람', SBS '그것이 알고싶다-지하드…' 등 각 방송사에서 경쟁적으로 내놓은 이슬람 관련 프로그램도 모두 이들의 도움을 받았다.

"통역 한 사람을 구하려 해도 인력을 구할 통로가 전국 4개대 아랍어과 사무실 밖에 없다는 것이 기업들의 불만이었습니다. 그러던 참에 국내 아랍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인 겁니다." 황의갑(黃義甲.40)대표는 회사가 설립된 지 한 달 남짓해 적잖은 성과를 거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 8월 한국외국어대 한덕규(韓德奎.49)교수가 "중동 전문가들이 모여 회사를 만들자"고 제안하자 부산외국어대.명지대.조선대.한국외국어대 아랍어과의 내.외국인 교수 전원과 졸업생.재학생들이 호응했다. 각 대학이 국내 지사 역할을,중동에 나가있는 유학생이나 졸업생들이 중동 주재원 역할을 맡았다.

이들은 이번 테러 사건 때문에 '이슬람=테러'라는 인식이 굳어질까봐 무척 걱정했다. "인사말에 '살람(평화)'이라는 단어가 들어있을 정도로 그들은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코란언어학을 전공한 박재양(朴在陽.42)박사는 말했다.

또한 우리 언론이 테러 사건을 보도하면서 미국의 시각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인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최진영(崔眞榮.41)박사는 "곧 우리 홈페이지에 인터넷 아랍어 신문 기사를 번역.제공, 현지의 입장을 알리겠다"고 말했다.

이라크 출신의 무하마드 알리모나(47.여)한국외국어대 교수는 "정말 반가운 일이다. 중동은 한국의 매우 중요한 사업 파트너인데도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다"며 "인샬라(신의 뜻대로)"를 되뇌었다. 02-749-2915.

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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