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노트] 성경·불경 '비폭력 가르침' 같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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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미국의 아프카니스탄에 대한 공습이 시작되자 국내의 각 종교단체들은 이를 반대하는 성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불교계에선 운동권단체인 불교인권위원회(대표 진관).실천불교전국승가회(의장 청화)가 8일, 이어 최근 불교단체연합체로 출범한 '비폭력평화실현을 위한 불교추진위원회'가 9일 각각 성명을 냈다.

기독교에선 개신교계 최대 목회자모임인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총무 정진우)가 8일, 그리고 대표적 사회참여단체인 '기독시민사회연대'가 9일 같은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이밖에도 많은 스님과 목사 들이 개인적으로 반전의 입장을 밝히는 글들을 종교관련 사이트에 올리고 있다.

단체별로 조금씩 다른 표현과 입장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종교별로 공통된 인용문구가 하나씩 있어 눈길을 끈다. 기독교 단체들이 공통적으로 인용한 성경구절은 "네 칼을 도로 칼집에 꽂으라. 칼을 가지는 자는 다 칼로 망하느니라"(마태복음 26장)이다.

예수가 예루살렘 성(城)이 내려다보이는 겟세마네 동산에서 체포되는 극적인 장면에서 나오는 얘기다. 대제사장의 종들이 예수를 끌고가려 하자 '예수와 함께 있던 자'가 체포를 저지하기위해 칼을 빼들고 나아가 그 중 한 명의 귀를 베었다. 이 때 예수가 외친 말이다. 물론 예수는 스스로 십자가의 길을 갔다.

불교계 단체들이 공동으로 인용한 구절은 "원망으로 원망을 갚으면 원망은 멈추지 않는다. 오직 참는 것으로 원망을 멈추느니, 이것이 여래의 영원한 진리다"(법구경 쌍서품)라는 대목이다. 법구경(法句經)은 부처의 가르침 중 핵심적인 내용을 담은 시(詩)를 모아 묶은 일종의 시집. 불교경전 중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널리 읽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여러 단체들이 같은 문장을 인용한 것은 그만큼 그 대목이 핵심적인 정신을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결론적으로, 전쟁의 비극 앞에서 두 종교가 전하는 메시지는 같은 셈이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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