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누비는 '이준기 버스' 만든 팬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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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홍콩 카우룽 반도 침사추이 지역을 오가는 ''이준기 버스''

홍콩의 카우룽 반도 침사추이를 오가는 2층버스의 옆구리에는 영화배우 이준기의 사진이 붙어있다. 이 지역은 홍콩의 대표적 상업 중심지로 관광객들이 늘 붐비는 곳이다.

사진 옆에는 한글과 영어·중국어로 씌여진‘한국 톱스타 이준기씨 생일 축하해요’라는 문구가 씌여 있다.홍콩 사람들은 이 버스를‘이준기(LeeJoonGi)버스’로 부른다. 카우룽 반도 전역을 오가는 5개 노선 버스가 이준기 버스다.

홍콩의 이준기 팬클럽‘이준기홍콩연맹’이 그의 29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이벤트로 준비한 선물이다.

홍콩연맹 회장단 중 한 명인 도리스 렁은“팬클럽 창설 5년째를 맞아 특별히 기억에 남을 만한 선물을 하자는 뜻에서 버스 광고를 기획했다”며“회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광고비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4월 한 달 동안 버스 6대에 이 광고를 부착하는 조건으로 2만 홍콩달러(약 300만원)이 들었다.

2. 팬클럽 ''이준기홍콩연맹'' 회원들이 홍콩 코즈웨이베이 한국관광공사 홍콩지사 사무실에서 3일 입대하는 이준기에게 성원을 보내고 있다.

지난달 29일 오후 7시30분(현지시간) 홍콩 코즈웨이베이 한국관광공사 홍콩지사에서 만난 회원들은 직장인ㆍ주부ㆍ대학생 등 다양했다. 10대부터 40대까지 골고루였다.

이들은“한 달 내내 홍콩 시내를 누비고 다니는‘이준기 버스’만 생각하면 너무 즐거웠다”며 “선물은 역시 주는 쪽이 행복한 법”이라고 말했다. 팬클럽 사이트 매니저 엘바 웡은“태국ㆍ대만ㆍ일본 등지에서 온 관광객들이 이 광고를 보고 사이트에 인사말을 남기곤 했다”며 뿌듯해 했다.

열성 회원 6명은 이날 휴가를 냈다. 3일 입대하는 이준기를 논산 연무대 앞에서 환송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지난달 30일 한국으로 떠났다. 회원들은 천안함 사태를 통해 한국에서의 군 생활이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위험하고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라벤더 찬은“이준기 뿐 아니라 한국의 남자들은 국방의 의무를 진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됐다”며“군에서 보내는 시간이 자신을 단련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안 은 “입대 소식이 홍콩에 전해졌을 때 다들 울상이었지만 한국의 상황을 전해듣고는 생각이 달라졌다”며 “나라를 지키는 훌륭한 군인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렇게 여심을 파고든 한류가 최근 홍콩에 몰아치고 있다. 2차 한류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한국 드라마가 홍콩의 양대 지상파 방송(TVBㆍATV)을 통해 매주 24편씩 방송된다.

드라마의 주시청층인 여성, 특히 주부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한국 드라마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김치도 유명세를 타고 있다. 지난달 21일 홍콩 문회보(文匯報) 국제면에는 올해 김치값 파동을 우려하는 기사가 실렸다. 한국에서 2~3월 폭설과 이상기후로 배추 가격이 올라 김치값이 들썩인다는 보도였다. 한류에 매혹된 홍콩 여성들은 한국어 열풍을 이끌고 있다. 해마다 1000명 이상 수강하는 중문대ㆍ홍콩대 평생교육원의 한국어 강좌는 여성들로 꽉 차있다. 지난달 18일 홍콩 한국국제학교에서 치러진 한국어 능력 시험 응시자들도 대부분 여성이었다.

응시생 395명 가운데 여성이 339명(86%)이었다. 한류 스타들에 열광하는, 홍콩 여성들의 팬클럽만 15개가 넘는다고 한다.

홍콩=정용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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