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신문자율규약이 우선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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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우리의 거듭된 문제 지적과 반대에도 불구하고 신문고시는 결국 강행되고 말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어제 전원회의를 열어 신문협회가 만든 신문 자율규약을 승인함으로써 신문고시는 사실상 시행에 들어가게 됐다.

신문고시가 '자율을 가장한 신문에 대한 강제 개입' 이라는 의혹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규제 개혁 차원에서 정부 스스로 없앴던 고시를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2년반 만에 부활시킨데다 고시 자체에 자율과 개입의 기준이 극히 모호하고 독소 조항이 숨겨져 있어 공정위가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신문 경영에 개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신문고시를 폐지해 언론탄압이라는 이미지를 공정위 스스로 벗는 것이 최선이다.

신문협회의 이번 신문 자율규약은 협회가 자율적으로 규약을 지키면 신문고시를 발동치 않는다는 전제 하에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실효성에는 문제가 적지 않다. 우선 무가지가 유료 신문의 20%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조항의 경우, 유료 신문을 산정하는 기준을 신문.잡지 발행부수공사기구(ABC) 관련 기준에 따르도록 했으나 그 기준 또한 모호하고 논란의 소지가 크다.

중앙.조선.동아 등 ABC 가입사들이 동일한 기준으로 유가지 실사를 동시에 해야 여타 자율규약이 바로 지켜질 수 있다고 본다. 경품 금지도 방향은 옳으나 철저히 지켜질지 의문이다. 또 규약 이행 여부를 감시할 신문공정경쟁위원회는 그 인선과 운영에서부터 편파성을 띠지 않아야 제대로 된 감시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신문 판매.광고의 위반 행위에 대해선 업계 스스로 바로잡는 게 원칙이다. 신문업계는 이미 고시 부활 이전에 자율규제 노력을 통해 어렵사리 그 뿌리를 내리는 중이었다. 신문업계가 자율규약을 마련한 이상 서로가 자제해 신문시장 질서를 확립하고 이를 지켜 나가야 한다. 그것이 관의 개입을 부르지 않는 첩경이다.

일본의 경우도 고시가 있으나 업계의 자율노력으로 사실상 사장(死藏)된 상태다. 공정위의 고시 부활이 언론탄압이나 정치적 목적을 띠지 않았다면 신문협회의 자율관리에 맡겨 말이 아닌 행동으로 이를 입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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