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집 미모사 지붕 위에
호텔의 풍속계 위에
기울어진 포스트 위에
눈이 내린다
물결치는 지붕지붕의 한끝에 들리던
먼 소음의 호수 잠들은 뒤
물기 낀 기적만 이따금 들려오고
그 위에
낡은 필름 같은 눈이 내린다
이 길을 자꼬 가면 옛날로나 돌아갈 듯이
등불이 정다웁다
내리는 눈발이 속삭인다
옛날로 가자, 옛날로 가자
- 김광균(1913~1994) '장곡천장에 오는 눈'
내가 태어난 해 1936년, 김광균 선생은 '시인부락' 동인이었다. 『와사등』(瓦斯燈)은 첫번째 읽은 시집이었다. 낙엽은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 라는 색지(色紙)가 나를 놀라게 했다. 장만영 선생이 경영하던 미모사 찻집은 못가봤다. 영천(서대문)까지 가는 전차 속에서 '34문학' 을 읽을 때 장곡천장에 내리던 눈발….
김영태 <시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