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중국산이 두렵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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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솔직히 중국만 보면 두렵습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시장은 이미 90% 가량 중국 제품이 석권했고, 그동안 우리와 일본이 경쟁해온 고급 낚싯대 시장에까지 중국이 발을 들여놓았습니다. "

지난해 2천만달러어치의 낚싯대를 해외에 수출했던 은성사의 수출담당 오창현 대리는 "중국이 낮은 가격을 무기로 무섭게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고 말했다. '낚싯대' 하면 한국산을 생각하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한국은 1998년 1억3천2백만달러어치의 낚싯대를 수출해 중국(1억1천만달러어치 수출)을 눌렀으나 지난해 수출액이 거의 비슷해진 뒤 올 들어서는 완전히 추월당했다.

낚싯대뿐만 아니다. 전자제품 수출의 상징이었던 VCR는 물론 모터사이클.사출성형기.무선통신기기 부품.광섬유 등 역전당한 품목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무역협회 이인호 동향분석팀장은 "중국은 우리보다 평균 30% 가량 싼 가격으로 품질이나 기술수준의 차이를 상쇄하고 있다" 고 분석했다.

◇ 시장을 무섭게 파고드는 중국=모터사이클 생산업체인 대림자동차 해외영업부 정군호씨는 "중국이 일본 등지로부터 기술이전을 받아 가격뿐 아니라 품질도 해마다 좋아지고 있어 이젠 일본 제품마저 수출시장에서 밀리는 실정" 이라고 말했다.

전자레인지 부문에서 중국은 갈란쯔.메이더 등 대형 업체들이 매년 1백만대 이상을 증산하며 연간 50% 이상 고성장하고 있다. 내수시장에 전념하던 이들 업체는 지난해부터 유럽.미국 시장 공략에 나서며 국내 가전 3사를 위협하고 있다.

섬유부문에서 면직물류는 이미 중국이 주도권을 장악했다. 폴리직물(화섬)분야도 경쟁이 만만찮다. 동국무역 관계자는 "중국 폴리직물의 경우 m당 1~1.5달러의 저가형이 많은 데 비해 우리 업체는 2.5달러 이상의 제품을 내놓고 있어 본격적인 경쟁은 아직 벌어지지 않고 있지만 곧 중국의 파고가 거세질 것" 이라고 전망했다.

폐쇄회로TV 카메라 부문은 최근 대만 업체들이 대거 중국으로 생산공장을 이전하고 있고, 중국 대학에서 벤처붐이 일면서 기술 수준이 급속도로 향상되고 있다.

한국하니웰 수출팀 정정석 부장은 "중국 제품은 우리의 70~80% 정도인 저가제품이나 수년 내 맞부닥칠 것" 이라고 내다봤다.

◇ 질(質)로 승부해야=업체들은 중국산 제품이 아직도 중저가 제품에 집중된 만큼 고부가가치 상품 개발로 우위를 지킨다는 전략을 쓰고 있다.

은성사 오창현 대리는 "가격으로 중국과 경쟁하기 힘들므로 저가품은 중국 업체를 통해 대행생산하고 다이와 등 일본의 고급 릴 낚싯대에 버금가는 고가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고 말했다. 대림자동차도 중국이나 동남아 등 보다 싼 가격에 생산할 수 있는 곳에 현지공장을 지어 모터사이클을 생산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국내 전자레인지 업체들은 저가시장은 중국에 내주더라도 중고가형 시장의 방어를 위해 고급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 올 들어 한국을 추월한 중국=무역협회가 최근 우리 수출액의 94%를 차지하고 있는 9백4개 주력 품목을 놓고 98년과 올해(1~7월)의 한.중 수출액을 비교한 결과 중국이 지난 2년 동안 한국을 추월한 품목은 86개(9.5%)나 됐다.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 10개 중에서 한개가 역전당한 셈이다.

현재 한국이 우위에 있지만 지난 2년간 중국의 추격으로 격차가 줄어든 품목은 1백47개(16.3%)에 달했다. 반면 중국의 추격을 뿌리치고 격차를 늘린 품목은 68개(7.5%)에 그쳤다.

김동섭.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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