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전군주요지휘관회의 대통령이 주재하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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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필사즉생(必死卽生) 필생즉사(必生卽死). 죽기를 각오하면 살고 살고자 하면 죽는다. 이명박 대통령이 27일 아산 현충사를 방문해 이순신 장군을 참배하면서 적은 글귀다. 천안함 사건으로 혼란스러워하는 국민을 안심시키고자 군 통수권자로서 흔들림 없는 자세를 보여주려는 취지였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천안함 사건은 우리 군이 외부로부터 공격당한 중대한 국가 안보의 문제다. 국가 보위의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으로선 우리를 공격한 적을 향해 단호한 대응을 밝히고 안보 태세를 보다 확고히 다져야 마땅하다. 이 대통령은 그동안 위험을 무릅쓰고 백령도 현장을 방문하고, 대국민 성명을 발표했으며, 천안함 희생자를 직접 조문하는 등 무거운 책임감과 단호한 의지를 표시해왔다고 생각한다. 이에 더해 이 대통령이 다음 달 3일 열리는 전군주요지휘관회의를 직접 주재할 것을 제안한다.

천안함 사건의 가해자가 북한일 개연성이 높은 상황이다. 예정보다 2개월가량 앞당겨 열리는 전군주요지휘관회의가 전 국민의 특별 관심사인 이유다. 회의에는 군수뇌부 150여 명이 참석한다. 특히 이번 회의는 천안함 사건에서 드러난 우리 군의 허점을 점검하고 대책을 논의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천안함 사건을 대하는 대통령의 각오와 결기를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적절한 기회인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19일 특별 연설에서 희생 장병들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며 눈물을 흘렸다. 이제는 군통수권자로서 국가수호의 결연한 의지를 보여야 할 때다.

이번 회의에선 잠수함과 미사일 등 비대칭 전력을 동원한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높아졌음을 심도 있게 분석하고 대비책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경보병 여단 등 특수 부대를 동원한 게릴라식 국지 도발 가능성에 대해서도 점검할 예정이다. 그 밖에 천안함 사건 발생 직후 벌어진 군 작전상의 여러 문제점을 보완하는 방안도 논의하는 자리다. 이런 자리를 대통령이 주재하면서 안보 현안을 직접 챙기고 군기(軍紀)도 잡아야 한다. 통상 대통령은 전군주요지휘관회의 뒤 격려 만찬을 베푸는 정도에 그쳤지만 지금은 비상 상황이다. 가해자에 대해 기필코 응징하겠다는 다짐과 2차, 3차의 도발은 절대 허용치 않을 것이라는 결의를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북한 김정일은 최근 이례적으로 자주 대규모 군사훈련을 참관하고 각급 군부대를 방문해 격려하고 있다. 특히 천안함 사건에 직접 연루됐을 것으로 의심받는 정찰총국도 방문했다. 이에 더해 북한 군부는 매일이다시피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우리를 자극하려는 대남 심리전 차원의 행보로 보인다. 그렇다고 북한의 위협에 위축되거나 심리전에 휘말릴 대한민국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부적절한 행보를 마냥 방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따끔하게 일침을 놓을 필요가 있는 것이다. 북한이 천안함 사건을 저질렀다면 뒷감당을 두려워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국민은 이 대통령이 ‘천안함 국난(國難)’을 거침없이 돌파해 나가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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