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안보 체계 전면 재정비, 청와대 TF론 약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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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천안함 침몰 사건을 계기로 이명박 대통령은 안보(安保)의 중요성을 절감했을 것이다. 경제 살리기, 4대 강, 세종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다 중요하지만 모든 게 안보가 있고 나서지 안보가 흔들리면 만사(萬事)가 허사(虛事)임을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대통령이 해야 할 가장 시급한 일이 뭔지는 자명하다. 안보 태세의 확립이다. 이번 사건을 통해 드러난 안보 태세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짚어내고, 잘못을 바로잡아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천안함은 수중무기에 의한 비접촉 폭발로 침몰했다는 것이 민·군 합동조사단의 잠정결론인 만큼 북한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도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점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북한에 한 방 맞은 것이 맞다면 안보 태세에 심각한 구멍이 뚫린 것이다. 어이없이 당한 것도 모자라 군은 사고 후 대응에서도 허점을 드러냈다. 함정이 두 동강 나는 엄청난 사건이 터졌는데도 국방부 장관과 합참의장은 50분 가까이나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사고 발생 시각을 놓고도 몇 번씩 오락가락했다.

보고 지연 경위와 사고 발생 시점을 둘러싼 혼선, 초동 대응과 구조작업의 문제점 등에 대해서는 감사원이 감사를 통해 철저히 밝힐 일이지만 그걸로 끝나서는 안 된다. 이 기회에 안보 태세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책임자 몇 명을 문책하는 선에서 처리가 마무리된다면 제2, 제3의 천안함 사태가 재발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더구나 북한은 정규전으로는 승산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게릴라·잠수함 등을 이용한 비대칭 전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대남(對南) 작전계획을 바꾼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작전개념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수비 위주로 돼 있는 접적(接敵)지역 작전개념을 공세적으로 전환하고, 전력증강계획도 북한의 현존하는 실체적 위협에 초점을 맞춰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국가안보 상황을 24시간 체크하고, 위기에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시스템도 갖춰야 한다. 이 정부 들어 폐지한 국가안보회의(NSC) 사무처 기능을 부활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이 대통령은 안보 분야에 대한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대통령이 됐다. 안보만큼은 대한민국 최고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천안함 사태를 보면서 청와대 외교안보팀의 진용이 과연 그런 인물들로 짜여 있는지 의문이 든다. 청와대에 안보 태세 점검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면서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롭다고 보기 어려운 외교안보수석과 안보 분야의 문외한이라고 할 수 있는 정무수석에게 팀장을 맡긴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확고한 안보 의식과 풍부한 경험, 식견을 갖춘 외부 전문가들로 TF팀을 꾸려 대통령에게 직보(直報)토록 해야 한다. 안보에 또다시 구멍이 뚫리면 정권은 끝장이라는 각오로 이 대통령은 안보 태세 확립에 혼신의 노력을 다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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