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 인수…5년 후면 한국 기술 따라잡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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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자동차 닝보 공장의 엔진 생산라인. 지리 관계자는 “이 엔진(CVVT 엔진)을 독자기술로 개발했다”고말했다. 이 공장의 프레스라인은 100% 자동화 설비를 갖추고 있다. [김형수 기자]

“2015년에는 소형차에서 대형 고급차까지 총 40여 모델의 풀 라인업을 갖출 것입니다. 볼보 인수는 그 수순이지요.”

항저우(杭州)에 자리 잡고 있는 지리(吉利)자동차 본사에서 만난 공보담당관 양쉐량(楊學良)의 말이다. “2015년까지 해외공장을 최대 15개로 늘리고 개발도상국 등에 100만 대가량을 수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저장성 토착 민영기업인 지리가 명품 브랜드인 볼보사를 인수한다는 소식에 중국은 물론 전 세계가 깜짝 놀랐다. 중국차는 ‘짝퉁’ ‘싸구려’라는 인식이 넓게 퍼져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리는 중국에서 1, 2위를 다투는 자동차 업체도 아니고, 연간 생산량 30만 대의 6위 업체다.

17일 방문한 닝보(寧波)의 지리차 생산라인. 공장 곳곳에 볼보 인수 분위기를 반영하듯 품질개선을 강조하는 문구가 많이 붙어 있었다. 영어로 쓰인 것도 있었다. ‘No problem is not good(문제가 없는 것은 좋은 것이 아니다). Improving problem is good(문제를 개선하는 것이 좋은 것이다)’. 공장 관계자는 “싸구려 차라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 품질개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협업·학습·혁신·근면을 캐치프레이즈로 근로운동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언론담당 직원 지훙타오(紀洪濤)는 “3년 전부터 회사의 이미지·품질 개선 작업을 시작했다”고 귀띔했다. 그동안의 저가 차량 정책에서 벗어나 프리미엄 브랜드 제작에 박차를 가했다는 것이다.

닝보 공장은 ‘지리 크루저’와 ‘엠그란드 EC7’ 등 고가 승용차를 만드는 공장. 자체 개발 엔진(CVVT 엔진)도 여기서 만들어진다. 이곳 프레스라인(강판 원자재를 차량 모양으로 찍어내는 작업장)은 스위스 ABB사가 제작한 100% 자동화 설비를 갖추고 있었다. 제동·조향 장치 등을 제작하는 조립라인도 상당부분 자동화돼 있었고, 첨단장비를 사용하는 근로자들의 손놀림도 능숙했다. 양쉐량 공보담당관은 “2015년 정도면 한국의 생산기술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용접라인은 전반적으로 한국 공장들보다 자동화가 덜 진행된 것으로 보였다. 근로자들이 심한 불꽃과 연기, 소음을 내면서 작업을 하고 있었다. 현대자동차는 이 작업이 100% 자동화돼 있다. 세계 자동차 업계는 지금 코끼리(볼보)를 삼킨 뱀(지리)이 소화를 잘 시킬 것인지, 아니면 토해낼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특별취재팀=한우덕·이종찬 기자, 송창의·정환우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 사진 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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