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전투기· 박격포 전진 배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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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의 억만장자이자 테러리스트인 오사마 빈 라덴(44)에게 은신처를 제공해온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이 미국의 공습에 대비해 최고지도자를 대피시키는 등 사실상 전시체제에 돌입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13일 보도했다.

신문은 파키스탄 정보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탈레반의 최고 지도자인 무하마드 오마르가 이미 남부 칸다하르의 사령부를 떠나 모처로 피신했으며 아프가니스탄 전역에서 미국의 보복 공습에 대비해 전투기와 박격포 등 중화기를 재배치하고 있다" 고 전했다.

이같은 보도가 사실일 경우 탈레반은 빈 라덴의 신병 인도 요구가 있을 경우 이를 거부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전날까지 파키스탄 주재 탈레반 대사인 압둘 살람 자이프는 빈 라덴 추방가능성에 대해 "(미국이 제시할)증거를 검토한 뒤 결과에 따라 조치를 취할 것" 이라면서 그가 아직도 아프간 영내에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인정했었다.

앞서 탈레반측은 "위성전화조차 이용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빈 라덴이 대규모의 조직적인 테러를 지휘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며 신병인도에 호락호락 응하지 않을 것임을 내비쳤었다.

최근까지 빈 라덴은 파키스탄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의 칸다하르 사막지역에 머문 것으로 알려졌으나 미국의 공습이 임박함에 따라 거처를 옮겼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빈 라덴은 1998년 케냐와 탄자니아의 미국 대사관 폭탄공격과 지난해 예멘에 정박 중이던 미 군함 콜호 공격의 주범으로 찍혀 미국 수사당국에 현상금 5백만달러가 걸려 있는 상태다.

미국은 과격 테러조직인 알 카에다(Al-Qaeda)를 거느리고 있는 그를 유력한 테러 배후로 보고 98년 이후 수차례 탈레반측에 그의 인도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한 적이 있다.

미국이 13일까지도 파키스탄을 통해 탈레반에 빈 라덴의 인도 등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져 탈레반이 실제로 전시체제로 돌입했다면 이는 미국의 결단을 재촉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장세정 기자.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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