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D-48 <하> 나이지리아 축구 전문기자가 본 나이지리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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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조별 리그 상대인 나이지리아는 이번 월드컵에서 4강을 목표로 내걸었다. 사진은 나이지리아 미드필더인 미 켈(첼시·앞)의 프리미어리그 경기 모습. [런던 AP=연합뉴스]

나이지리아 국기는 녹색과 흰색으로 돼 있다. 왼쪽의 녹색은 북부 하우사족과 풀라니족을 상징한다. 가운데 하얀색은 남동부의 이보족을, 오른쪽 녹색은 남서부의 요루바족을 나타낸다. 국기에는 간절한 바람도 담겨 있다. 녹색은 풍부한 농산물과 농토를, 하얀색은 평화와 화합을 의미한다. 하지만 나이지리아의 현실은 국기에 담긴 의미와는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올해에만도 중부와 북부에서 수차례의 유혈사태가 벌어졌고 5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1960년 독립했지만 민족과 종교 갈등으로 다툼은 끊이지 않고 있다. 나이지리아가 분쟁을 멈추고 한목소리를 내는 순간은 녹색 유니폼을 입은 수퍼이글스(나이지리아 축구대표팀 애칭)가 날아오를 때다. 남아공 월드컵이 열리는 6월, 나이지리아에도 평화가 찾아올 것이다.

◆월드컵 기간에 찾아올 평화=나이지리아 축구협회는 ‘월드컵 4강’을 목표로 삼았다. 오래 남아 있어야 평화로운 기간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나이지리아 사람들은 B조에서 아르헨티나와 나이지리아가 16강에 올라갈 것으로 믿는다. 6월 23일 한국전에서도 승리할 것으로 본다.

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니다. 나이지리아는 국제적 수준을 갖춘 선수들을 다수 보유했다. 나이지리아축구협회 관계자는 “한국의 박지성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나이지리아에는 박지성급 선수가 100여 명 있다”고 자랑했다. 특히 공격진과 미드필더진은 강호들과 맞서도 밀리지 않는다. 야쿠부 아예그베니(28·잉글랜드 에버턴)·빅토르 오빈나(23·스페인 말라가)·오바페미 마틴스(26·독일 볼프스부르크) 등 힘과 기술을 갖춘 공격수들이 포진했고, 존 오비 미켈(23·잉글랜드 첼시)·딕슨 에투후(28·잉글랜드 풀럼)와 같은 안정된 미드필더도 보유했다.

하지만 수비진은 다소 불안하다. 현 상태로는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FC 바르셀로나)와 한국의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을 막아낼 수 없다. 수비 중심이 되어야 할 조셉 요보(30·에버턴)마저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젊고 활기찬 수비수를 찾지 못한다면 월드컵에서 고전할 수 있다.

스웨덴 출신 라예르베크 감독. [중앙포토]

◆기대 한 몸에 받는 라예르베크 감독=스웨덴 출신 라예르베크 감독이 지난 3월 1일 부임했을 때 나이지리아에서는 “원칙을 중시하는 감독을 영입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샤이부 아모두 전임 감독 등 대표팀 사령탑을 맡았던 국내파 지도자들은 축구협회와 결탁해 비리를 일삼았다. “뇌물을 통해 대표팀 유니폼을 살 수 있다”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나이지리아 부모를 둔 공격수 에마뉘엘 아데바요르(26)와 네덤 오누오하(24·이상 맨체스터시티)가 나이지리아 대표팀에 뽑히지 못하는 사태가 일어났다. 아데바요르는 토고 대표팀에서 뛰고 있다. 수차례 상처를 받은 오누오하는 라예르베크 감독의 대표팀 합류 요청을 거절하고 잉글랜드 대표팀 발탁을 노리고 있다.

스페인과 브라질 선수들 못지않은 선천적인 재능을 갖춘 선수들이지만 대표팀에서는 항상 기대 이하의 성적을 냈다. 라예르베크 감독이 어떤 성적을 올릴지 나이지리아 국민들은 기대 반, 우려 반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나디니엘 오타바 축구전문기자 (나이지리아 니제르 델타)

◆니제르 델타=나이지리아의 전국 일간지. 나디니엘 오타바(사진)는 2009년 나이지리아에서 열린 17세 이하 월드컵과 2010년 앙골라에서 열린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등을 취재한 축구 전문 기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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