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19로 한국리그’ 3~5장이 승부 가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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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2010한국바둑리그를 주도할 각 팀 주장들. 왼쪽부터 김지석(영남일보), 강동윤(한게임), 이창호(넷마블), 목진석(티브로드), 박영훈(포스코켐텍), 박정환(KIXX), 최철한(하이트진로) 허영호(충북건국우유). 신안의 이세돌은 먼저 자리를 뜨는 바람에 기념촬영에 빠졌다. [한국기원 제공]

KB국민은행2010한국바둑리그가 개막됐다. 21일 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개막식의 하이라이트는 선수 선발식. 9개 팀 감독들이 정해진 차례에 선수 이름을 호명할 때마다 장내는 탄성이 울려퍼졌다. 1번으로 지명된 선수는 드래프트 영순위라 할 이세돌 9단이었다. 신안태평천일염팀의 이상훈 감독은 ‘이세돌’이란 이름을 호명하면서 만감이 교차하는 듯 숙연한 모습이었다. 2번째는 신생 넷마블의 이창호 9단. 이창호는 KIXX 소속이었으나 3년이 지나면 연고권이 사라지는 조항에 따라 올해는 프리였다. 역시 신생팀인 포스코켐텍이 3번째로 나와 박영훈 9단을 지명했고 다음 순서인 영남일보는 김지석 7단을 지명했다. 박정환 7단과 최철한 9단은 KIXX와 하이트진로가 연고권을 행사해 일찌감치 ‘연속 보유’를 선언한 선수. 7번째의 한게임은 강동윤 9단을, 8번째의 티브로드는 목진석 9단을, 마지막 충북건국우유는 허영호 7단을 지명하며 올해 한국리그를 이끌 9팀의 주장이 모두 결정됐다.

감독들은 1지명 때는 결정이 거의 노타임이었고 2지명 때도 한국랭킹과 최근 성적 등 미리 준비해 온 자료를 통해 연구가 끝난 듯 빠른 결정을 내렸다. 3지명부터 장고(?)가 거듭됐다. 선수는 예선을 통과한 11명과 랭킹 30위 이내의 기사 중에서 뽑아야 한다. 그동안 한국리그에선 갓 입단한 초단들이 좋은 성적을 보였다. 바로 이 때문에 올해도 신예들이 인기를 모았다.

결정된 9팀의 전력은 도저히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팽팽하다. 팀이 늘어나면서 전력이 더욱 분산된 탓이다. 1, 2장의 파워가 3~5장에 비해 절대 우위에 서게 된 것도 올해의 특징이다. 하지만 전력과 상관 없이 승부는 3~5장 쪽에서 결정될 것이란 전망이다. 따라서 당일의 오더가 어떻게 짜이느냐가 중요한 변수가 됐다. 전략을 수립하는 감독의 역할이 어느 해보다도 중요해진 것이다.


선수 선발식 이모저모

○…이세돌 9단은 지난해 한국리그 불참을 선언했고 그 여파가 휴직사태로까지 이어졌다. 올해 신안은 이상훈 7단을 감독으로 영입하고 미리 다른 팀을 설득하며 지역 출신의 이세돌 영입에 공을 들였다. 이세돌은 저간의 사정을 묻는 사회자의 질문에 “특별히 할 말이 없다”고 짧게 대답했다.

○…KB한국리그 최고령자(57세)인 조훈현 9단은 지난해 한국리그에서 6전6패. 올해는 과연 어느 팀이 뽑아가느냐. 왕년의 황제도 드디어 초속기인 한국리그에서는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4지명이 다 지나도록 조훈현의 이름은 호명되지 않자 응원(?) 나온 두 딸도 초조한 모습. 다행히 4지명 맨 마지막에 충북의 김영환 감독이 ‘조훈현 9단’을 호명했다. 조 9단은 “어린 후배들과 1년간 한국리그에서 동고동락한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말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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