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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확산 비상 … 방역시스템이 있기는 있는 건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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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구제역 방역시스템에 구멍이 뚫렸다. 강화·김포에 이어 내륙인 충주지역에도 발생한 것이다. 구제역 병원체의 잠복기간은 6~11일이다. 그래서 현재로선 어디까지, 얼마나 확산됐을지 알 수 없는 실정이다. 전국에서 소·돼지 16만여 마리를 ‘살(殺)처분’해 1434억원의 피해를 남긴 2002년의 비극이 재연될까 두렵다. 지금 우리 축산농업은 위기적 상황이다. 범국가적으로 비상(非常)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무엇보다 취약한 가축질병 방역시스템이 문제다. 올해 초 발생한 포천 구제역의 경우도 그렇다. 81일에 걸친 방역작업 끝에 지난달 23일 정부가 구제역 종식을 선언했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16일 만에 강화에서 다시 발생했다. 강화지역 살처분을 완료했다고 발표한 이튿날에는 김포에서, 김포에서 확진 판정이 나온 이튿날엔 충주에서 발생했다. 바다만 믿고 수수방관(袖手傍觀)하던 방역당국의 허(虛)를 찌른 셈이다. 당국은 여태 감염경로를 밝혀내지도, 확산 방향을 예측하지도 못하고 있다. 도대체 역학(疫學)조사를 하기는 하는지, 방역시스템은 작동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구제역은 세계적으로 경계 대상 1호 가축질병이다. 그래서 구제역이 발생한 국가는 수출이 전면 금지된다. 우리도 2002년 말 세계동물보건기구로부터 ‘구제역 청정국’이 인정됐지만, 실제 미국에 수출길이 열린 것은 7년이 지나서였다. 구제역이 한번 발생하면 이처럼 피해가 크다. 그만큼 상시적 감시체계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해외 유입을 막기 위해 공항과 항만 검역을 강화해야 한다. 여행객이 부주의하게 반입한 육류 가공품 하나가 축산농가는 물론 국가적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힐 수 있다. 조기 정밀진단과 초동 방역도 중요하다. 초기 대응에 실패하면 언제라도 전국화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축산농가는 비탄과 공포에 빠져 있다. 생때같은 가축을 파묻은 농민들이 실의(失意)를 딛고 재기할 수 있도록 정부의 조속한 지원이 필요하다. 더불어 신속한 방역으로 구제역의 전국화를 차단하고, 하루빨리 ‘청정국’을 이뤄야 한다. G20 국가가 만성 구제역 후진국으로 낙인 찍힐 수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