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노트] 산사의 다비식은 '즐거운' 축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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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지난 26일 낮 경남 양산 통도사에서 다비식(茶毘式.불교장례식)이 열렸다.

다비식이 불교라는 종교의 속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행사라기에 현장을 찾았다. 늦은 여름의 따가운 햇살이 내리쬐는 영축산 자락, 넓지 않은 대웅전 앞마당에 조문객이 가득 찼다.

여느 영결식과 다른 것은 스님들의 태도다. 75세로 입적한 청하(淸霞.전 통도사 주지)스님을 떠나보내는 길인데, 원로스님들의 조사(弔辭)가 마치 축사(祝辭) 같다.

"생사(生死)거래가 없는 곳으로 가셨으니 좋으시겠습니다. … 이제 꿈 같은 세속일은 다 놓아버리시고 대자유의 환희를 누리십시오. " (원로회의 의장 법전스님)

"행장을 수습하시어 적멸의 고향에 돌아가시니 대자유인이 되셨습니다. " (총무원장 정대스님)

물론 아쉬운 마음의 표현도 있었다. '더이상 입적한 스님의 좋은 말씀을 듣지 못하게 됐다' 는 아쉬움이다. 죽음 자체에 대한 슬픔이나 아쉬움은 아니었다.

이어진 운구행렬 역시 무슨 잔치 분위기다. 불교 경전이나 진언의 구절을 한마디씩 적은 수백 개의 울긋불긋한 만장이 행렬을 이끈다. 수천의 인파가 만장을 따라 '무풍한송(舞風寒松.양산8경의 하나)' 이라 불리는 계곡 옆 소나무 터널을 따라가는 행렬은 장엄하면서도 화려하다.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화장의 불을 지피는 거화(擧火). 스님의 주검을 화장 가마에 안치하고 장작과 향을 함께 넣은 다음 불을 지폈다.

"스님, 불 들어갑니다. "

입적한 스님에게 마지막으로 거화를 알리는 외침이 세 번 반복됐다. 그리곤 곧바로 솟구치는 불길, 이어 산중 다비장을 가득 메우는 매캐한 연기. 다비장을 둘러싸고 서 있던 스님들이 아미타불의 세계를 칭송하는 진언을 반복해 염송하기 시작했다.

"옴 아리다라 사바하, 옴 아리다라 사바하,…"

주로 중년 여성인 신도들 일부가 "아이고, 우리 스님" 하며 곡성을 터뜨렸다. 그러나 스님들의 표정은 그저 담담했다. 만초스님의 설명이다.

"삶이란 한조각 구름이 일어나는 것과 같고, 죽음은 그 구름이 흩어지는 것과 같지요. 그렇게 삶과 죽음이 인연에 따라 모였다 흩어지는 것에 불과하다는 가르침을 믿는 것이 불교입니다. "

확실히 다비식은 독특한 '죽음의 한 형식' 이었다.

양산=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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