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기초단체 행정구역 개편 '시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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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대구가 기초단체간 행정구역 개편을 둘러싸고 시끌벅적하다.

1988년 달서구 신설에 따른 조정 이후 13년만에 다시 손을 대는 것으로 구 ·군마다 이해가 엇갈리기 때문이다.특히 내년 지방선거 등에서 득표에 미칠 영향을 계산한 주장까지 쏟아져나와 정작 시민들은 뒷전인 구역개편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공론화=대구는 지난 10년간 도심 공동화(空洞化)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기초단체간 격차가 갈수록 벌어져 왔다.택지개발이 계속돼온 달서구의 경우 인구 57만명으로 중 ·남 ·서 3개구를 합친 것보다 더 비대해졌다.

이에따라 행정서비스의 질을 나타내는 공무원 1인당 주민수도 중구의 경우 1백35명인데 비해 달서구는 6백88명에 이르고 있다.한해 예산도 지난해의 경우 남구 5백57억원,달서구 1천1백97억원 등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그간 구세(區勢)가 떨어지는 단체를 중심으로 이를 바로잡자는 논의가 계속돼 왔다.서구는 95년 이를 공식 제기해 주민투표까지 벌였다.

◇개편안=구의회 건의뿐 아니라 지난해 국정감사서도 이 문제가 집중 거론되자 대구시는 지난해말 총리실 산하 한국행정연구원에 용역을 의뢰했다.

연구원은 ▶부분 조정▶소규모 단체간 통합▶대규모 단체 분할 등의 방안 중 실현 가능성을 따져 인접 구끼리 몇개동을 떼주고 받는 부분조정안을 택했다.

행정연구원이 최근 대구시에 제출한 조정방안은 달서구 죽전동 등 6개동과 송현동 등 5개동을 각각 서·남구로 소속을 바꾸는 등의 내용이다.

또 수성구 범어4동 ·수성4가동은 동구로,북구 노원 1 ·2 ·3가동과 칠성·고성동은 각각 서구와 중구로 넘어간다.구별 인구도 최소 12만명(중구),최다 42만명(서구) 등으로 격차가 완화된다.

◇찬·반 공방=개편으로 확대되는 중 ·동 ·서 ·남구는 찬성,축소되는 달서 ·수성 ·북구는 적극 반대론으로 갈라졌다.

대현 달서구청장은 20일 “단순히 인구를 기준으로 한 탁상공론”이라는 반대 담화문을 발표했다.달서구는 최근 구역개편에 반대하는 홍보책자까지 주민들에 배포해 논란을 빚고 있다.

수성구도 지난주 주민설명회를 열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특히 동구로 편입될 수성4가 ·범어3동 주민들은 벌써부터 ‘개편반대’ 현수막을 내걸고 ‘투쟁위원회’를 구성키로 하는 등 조직적인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요즘 수성구청 홈페이지에는 학군변경과 집값 하락을 우려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그러나 이재용 남구청장은 “과거 남구에 속한 송현 ·성당동 등이 다시 돌아오면 주민복지 및 행정서비스의 질 향상이 기대된다”며 반겼다.

한편 달서구는 이번 개편 논의를 계기로 전직 시의원 등을 중심으로 ‘달서구분구추진위원회’가 발족돼 논란을 한층 확대시키고 있다.

◇전망=대구시는 용역안을 토대로 기본계획을 마련한 이후에도 내년 지방선거에 미칠 영향 등을 감안,공청회 등의 절차는 내년 하반기부터 시작할 계획이다.

문희갑 시장도 지난 20일 “여건상 행정구역 개편은 차기 시장의 몫”이라고 말했다.그러나 절차상 해당 구의회의 찬성이 요건이어서 성사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은 작업이다.

특히 기존 선거구에서 기득권을 가진 기초의원들이 반대하고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기환 기자

*** 행정구역이 조성되면…

대구시의 자치구간 구역개편이 용역안대로 추진될 경우 시민생활의 변화는 크게 없다.그러나 자녀의 교육환경이 다소 바뀌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교육환경이 좋은 것으로 알려진 수성구에서 동구로 소속이 바뀌는 범어3·수성4가동 등의 경우 이같은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학군은 변경이 없지만 수성구에 위치한 고교로의 우선 배정권이 없어진다는 점 등이다.

반대에 나선 수성구 해당지역 주민들도 주로 이에 따른 집값 하락 등을 우려하고 있다.이는 달서구·남구간 구역 개편에도 일부 제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구에서 중구로 넘어가는 고성 ·칠성동의 경우 경부선 철도를 중심으로 형성돼 온 생활권으로 해 이질감이 남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인구 상하한선이 9만 ·35만명 기준인 국회의원 선거구도 변화가 예상된다.현재 서구 ·동구는 단일 선거구지만 개편후 적정수준에 이르면 갑 ·을 선거구로 나뉘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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