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의원 발언 중 두차례 '마이크 OFF'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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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이 열린 12일 사회를 보던 김덕규 국회 부의장이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의 질문을 중단시키자 한나라당 의원들이 단상으로 몰려가 소란이 빚어지고 있다. 조용철 기자

"당신들이 국회 경위야? 제복 갖다줘?"(열린우리당 선병렬 의원)

"반말하지 마. 질의하는 데 마이크는 왜 끄느냐 말이야."(한나라당 이병석 의원)

12일 국회 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선 하루종일 맞고함이 오갔다. 특히 여야는 이날 '마이크 소동'을 빌미로 치열한 기 싸움을 벌였다.

첫 소동은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의 자극적인 발언과 열린우리당 소속 김덕규 부의장의 매끄럽지 못한 진행 때문에 일어났다. 최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을 겨냥해 "마음은 있으나 아는 것이 없어 (국민이) 불안하고 불편하다"는 등 비난하는 일에 치중했다. 그러자 김 부의장은 "대정부질문 취지에 맞게 하라"며 말을 막았다. 최 의원이 개의치 않고 비판발언을 계속하자 김 부의장은 마이크를 끄도록 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발끈했다. 남경필.이병석.정문헌 의원 등이 단상으로 몰려가 "어떻게 의원의 발언을 막느냐"고 항의하며 의사진행발언을 달라고 요구했다. 한나라당 의석에선 고성이 쏟아졌다. 그러나 김 부의장은 "여당과 협의하면 의사진행발언을 주겠다"고 버텼고, 여야의 맞고함은 30분 가까이 계속됐다.

김 부의장은 "마이크를 끄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고 하다 한참이 지난 뒤에야 시인하고 사과했다.

오후에도 또 소동이 벌어졌다. 마지막 질문자인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이 이 총리에 대한 비판을 계속하자 이번엔 여당 출신인 김원기 국회의장이 한 차례 충고를 한 뒤 마이크를 껐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다시 몰려나와 항의를 했고, 여당 측이 반발하면서 본회의장은 막말과 삿대질로 뒤덮였다.

◆ 난타당한 이 총리=한나라당의 공세는 이날도 이 총리에게 집중됐다. 한선교 의원은 "지난 7월 (한나라당) 박순자 의원이 대정부질문했을 때 24번의 답변 중 14번이나 '…라니까요'라는 등의 불경스럽고 도발적인 말투를 수없이 써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총리를 답변석으로 불러냈다가 "질문할 계획이었지만 선배들과 상의한 결과 하지 않기로 했다"며 다시 들여보냈다. 머쓱해진 이 총리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자리로 돌아갔다. 정두언 의원은 "과거 총리가 손댄 일은 엄청난 예산 낭비와 평지풍파를 일으켰다"며 "자질도 16대 의원들에 대한 한 의정평가에선 265명 중 256등이었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열린우리당 서재관 의원이 소회를 묻자 "어제, 오늘 한나라당 의원들의 말을 들으며 감회가 있지만 원만한 진행을 위해 그냥 듣고 있다"고 말했다.

신용호 기자 <novae@joongang.co.kr>
사진=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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