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군기지 통폐합 뒤탈 없도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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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미 양국은 전국에 산재한 95개 미군 시설의 통폐합 협의가 상당히 진척돼 오는 11월 양국 연례 안보협의회(SCM)에서의 최종 타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양국이 한반도 안보를 담보하는 주한미군의 특수한 성격을 살리면서도 우리의 균형잡힌 국토이용계획과 조화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합의하기를 기대한다.

특히 미군기지가 해당 지역 민원의 대상이 돼 반미감정의 촉매제로 엉뚱하게 진전되는 일이 이번 합의 후에는 극소화하도록 양측은 전력을 기울여 최선의 합의를 도출해야 할 것임을 결론적으로 촉구한다.

미군기지는 6.25 당시 터를 잡은 이래 미군의 규모 축소 등 특수한 상황을 빼고는 거의 조정되지 않아 그동안 우리의 국력 신장에 따른 도시화나 주거지역 확대 등 도시계획에 중대한 장애 요인이 됐고, 일부 지역에선 주민들의 심각한 민원 대상이 돼 왔다.

미군측은 이런 현실을 뒤늦게나마 반성하고, 2011년까지 10개년 계획으로 서울.동두천.의정부 등 주요 도심 지역의 15개 기지를 포함해 전체 공여 면적 7천4백여만평 중 약 4천만평을 반환하는 대신 신규로 75만평의 토지를 제공해 달라는 연합토지관리계획을 지난해 말 제안했다.

구체적인 통폐합안을 아직 알 수 없지만 우리는 양측이 협의에서 꼭 군사적인 측면과 미군 우선만을 고려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양측은 이번 합의가 적어도 십수년 이상을 구속하는 사안임을 감안해 미군 시설 인근 주민의 민원 사항, 주변 환경과 도시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심층 분석하고 최선의 타협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양국 군사 관계자들만이 아니라 관련 지자체 대표들까지 참여하는 협의체 운영도 권하고 싶다. 그래야 뒤탈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미국측은 통폐합을 명분으로 우리에게 과도한 재정 지원을 요구해선 안될 것이다. 미군기지 통폐합 협의와 연관시키기는 곤란하지만 미 국무부 정치.군사 담당 차관보 일행이 최근 방한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의 대폭 증액을 요구한 것은 유감스럽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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