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꽃놀이 명소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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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녘 벚꽃 소식에 온몸이 근질거리더라도 조금만 참으면 된다. 꽃샘추위로 발걸음이 더디다지만 며칠 후면 서울과 수도권에도 닿을 터. 올봄엔 유명세 치르는 벚꽃길 아닌 우리 동네로 눈을 돌려보자. 사람 대신 벚꽃이 지천이다.

벚꽃 덕에 명소 된 아파트 송파·서초

송파구 잠실주공아파트 5단지(롯데백화점 잠실점 맞은편)에는 20년생 벚나무가 세 갈래길로 500m~1km씩 늘어서 있다. 매년 가족과 이곳 벚꽃축제를 찾는다는 주부 이혜숙(36·송파구 풍납동)씨는 “딸(5)이 어려 유명 축제에 가기엔 부담스럽다”며 “동네 벚꽃축제는 인파에 치일 걱정 없이 여유롭다”고 전했다. 이곳 축제는 입주자대표회의 주관으로 2007년부터 열렸다. 올해는 9·10일 이틀간 펼쳐진다. 롯데월드 20인조 여성 고적대의 퍼레이드를 비롯해 다양한 주민 참여 프로그램이 진행 된다. 주민 최성애(41)씨는 “사진 동호회 출사 장소로도 인기가 높다”며 “벚꽃 덕분에 우리 아파트가 지역 명소가 됐다”고 뿌듯해 했다. 지하철 2호선 잠실역 5·6번 출구에서 도보 5분 거리. ▶문의=02-422-4005

이곳도 놓치지 마세요 방배동 삼호아파트 벚꽃길도 호젓하다. 45년 된 벚나무 260여 그루가 500m에 걸쳐 터널을 이뤘다. 벚꽃 사이사이로 300여 개의 청사초롱 불빛이 배어나는 야경도 백미다. 지하철 3호선 동작역 3번 출구·7호선 내방역 6번 출구 도보 10분 거리. ▶문의=02-596-5535

숲·계곡에 꽃비가 내리네 분당

“계곡과 어우러진 벚꽃길은 또 다른 멋이죠.”8년째 분당에 사는 주부 이임상(42·분당구 운정동)씨는 남한산성으로 벚꽃 나들이를 간다. 그가 즐겨 찾는 길은 복정역에서 시작하는 등산코스다. 능선길이 완만해 부담이 없는 데다 울창한 숲, 계곡과 어우러진 벚꽃이 도심에서와는 다른 자태를 보여준다. 남한산성의 예전 매표소에서 중부 면사무소까지는 서울에도 소문난 벚꽃길이다. 광주시 방향으로 이어지는 8km에도 벚나무가 즐비하다. 남한산성 관리사무소는 올핸 4월 중순이 지나야 벚꽃이 필 것으로 내다봤다. ^문의=031-743-6610 이곳도 놓치지 마세요 10년쯤 된 분당 탄천변 벚나무 길(사진)도 빼놓을 수 없다. 구미동에서 복정동을 따라 15.8km 길이 거닐 만하다. 용인 호암미술관 앞 가실길도 입소문 난 곳이다. 마성 톨게이트에서 호암미술관까지 7km에 걸쳐 왕벚꽃과 겹벚꽃이 이어진다. 개화 예정시기는 13~22일. ▶문의=031-320-1801

꽃이 피면 문이 열린다 마포·여의도

“높이 솟은 발전소 굴뚝과 눈꽃처럼 날리는 벚꽃이 오묘한 조화를 이루죠. 1년 중 이맘때, 이곳이 아니면 볼 수 없어요.”

직장인 최선호(32·영등포구 당산동)씨는 서울화력발전소(마포구 당인동사진)의 벚꽃이 피는 날을 기다린다. 이곳은 2006년부터 1년에 한 번 시민에게 문을 연다. 바로 벚꽃이 피는 이즈음이다. 올해는 14일에서 18일까지 닷새간 개방한다. 정문에서 후문까지, 150m 거리로 길진 않지만 150여 그루의 벚나무가 제법 운치있다. 발전소는 이 기간 중 관람객을 위해 물과 음료(녹차·커피)를 제공한다. 지하철 2호선 합정역·6호선 상수역에서 도보 5분거리. ▶문의=070-7511-5111~2

이곳도 놓치지 마세요 여의도 윤중로 벚꽃은 9일부터 하나둘 꽃망울을 터트릴 것으로 보인다. 1600여 그루에 팝콘처럼 피는 벚꽃이 회색 도심을 환하게 한다. 한강공원과 국회의사당 뒷길, 여의서로로 이어지는 길이 좋다. 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2호선 당산역·5호선 여의나루 역에서 걸어갈 수 있다. ▶문의=02-2670-3125

이웃과 돈독해지는 벚꽃축제 일산

주부 허주희(35·일산서구 일산3동)씨는 2년 전 가을 일산으로 이사했다. 아는 사람 하나없던 그에게 이웃사촌을 만들어 준 게 이듬해 이맘 때 열린 아파트 단지 벚꽃축제였다. 올해로 15회를 맞은 ‘후곡마을 벚꽃축제’는 1년에 단 하루 열린다. 이곳 벚꽃은 16년 전 아파트 입주 당시 심어 제법 즐길 만하다. 서울보다 벚꽃이 늦게 피는 지역 특성상 여의도 윤중로 축제보다 1주일 늦게 축제 날짜를 잡는다. 올해는 17일에 열린다. 이날은 입주민이 모여 아파트 안 곳곳에 핀 벚꽃을 함께 즐긴다. 아이들은 벼룩시장을 연다. 먹을거리도 있다. 일산 3동 후곡마을 2단지. ▶문의=031-915-3182

이곳도 놓치지 마세요 농협대 입구에서 원당종마목장으로 올라가는 200m 벚꽃길은 서울에서도 찾는 이가 적잖다. 종마장에서 여유롭게 풀을 뜯는 말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지하철 3호선 삼송역 5번 출구로 나와 401번 마을버스를 타고 경마교육원에서 내리면 된다. ▶문의=02-509-1684

< 하현정·신수연·송정 기자 happyha@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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