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서초구 화장장 막으려 핑계 공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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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서울시 제2화장장 부지 선정이 임박한 가운데 유력한 후보지가 있는 강남구와 서초구가 자체적으로 구립 화장장을 만들거나 후보지에 다른 시설물 건립을 추진해 지나친 자치단체 이기주의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특히 서초구는 후보지인 그린벨트의 개발은 구청장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조례 제정을 추진중이어서 제2화장장을 둘러싼 서울시와 구청간의 갈등이 법적 다툼으로 비화될 전망이다.

◇ 자치구 대응=권문용(權文勇)강남구청장은 지난 18일 고건(高建)서울시장에게 구립 추모공원 건립계획을 밝혔다.

강남구는 서울시의 제2화장장 건립계획이 확정된 연초 서울 외곽지역에 화장로 5기.납골당.수련원.놀이공원 등을 갖춘 13만평 규모의 추모공원을 만드는 계획을 마련, 그동안 경기도 성남시.강원도 원주시 등과 협의했으나 동의를 얻어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서초구는 유력한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는 원지동의 바람골(204번지 일대)과 개나리골(70의1번지 일대)에 1만평 규모의 청소년 수련관 건립 계획을 마련, 지난 20일 도시계획시설 공람공고를 했다. 서초구가 올해 초 서울시에 제출한 4개 수련관 건립안에는 개나리골과 바람골이 포함되지 않았었다.

서초구는 이와 함께 '그린벨트 지역 내 3만㎡ 이상의 개발은 구청장의 허가를 얻어야 한다' 는 내용의 조례를 입법예고 중이다.

◇ 서울시 입장=이같은 자치구의 조치에 대해 서울시는 화장장 후보지로 선정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이들 구청이 방어논리를 만들거나 방패막이 사업을 벌이는 것이라며 이에 구애받지 않고 부지를 선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강종필(姜種弼)노인복지과장은 "서울시가 제2화장장 외에도 2~3개의 화장장을 권역별로 추가 조성할 계획인데도 자치구가 구립 화장장을 시 외곽에 만들려는 것은 속셈이 뻔한 예산낭비 행정" 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서초구 조치와 관련해서는 26일 구청측에 해당 조례가 위법임을 통보했다.

서울시 공원녹지과 관계자는 "개발제한구역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따르면 그린벨트 이용은 건교부 관장의 국가사무며, 자치구가 3만㎡라는 면적제한을 둔 것은 상위 법령에 어긋나는 행위" 라고 밝혔다.

그러나 관련법이 그린벨트 이용 때는 구청장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어 서초구 조례가 확정될 경우 이의 유효성을 놓고 행정소송이 벌어질 전망이다.

서울시는 다음달 4일께 추모공원 부지를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

◇ 시민 반응=강남구 주민 김경수(40.여)씨는 "우리 동네에는 안된다고 하면서 다른 지역에 화장장을 만들려고 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며 "부자 동네의 잔꾀로 비칠 가능성이 크다" 고 말했다.

YMCA 전국연맹 문홍빈(文鴻彬)간사도 "자치단체가 화장장 건설 반대에 앞장서 님비현상을 부추기는 것은 다음 선거를 의식한 단체장의 정치적인 행위로밖에 볼 수 없다" 고 말했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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