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외국인 교수를 많이 뽑으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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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울대가 내년부터 3년간 외국인 교수를 해마다 1백명씩 3백명 뽑기로 한 데 이어 고려대가 2005년까지 전체 전임교수의 17%선인 2백명을 외국인 교수로 충당하기로 함으로써 대학가에 엄청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를 위해 서울대는 내년 예산에 60억원을 추가로 반영해주도록 교육인적자원부에 요청했으며 고려대는 처장회의를 열어 계획을 확정했다.

외국인 교수를 대폭 늘리는 것은 무엇보다 대학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본다. 무한경쟁 시대에서 대학의 경쟁력이 곧 그 나라의 경쟁력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국내 대학들의 학사운영과 강의 방식 등은 폐쇄적이고 구태의연했던 게 사실이다. 외국인 교수 임용이 가능해진 1999년 이후 국.사립 일반대의 외국인 교수는 1천1백42명으로 전체 교수의 2.67%에 불과하다. 그나마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 등에서 외국인 교수를 충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 대학들의 경쟁력은 세계 유수의 대학들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국내 최고 대학이라는 서울대조차 현재의 구조로는 세계 40위권 대학 진입도 어렵다는 게 매킨지사의 경쟁력 분석 결과라고 하니 말문이 막힐 정도다. 더구나 서울대에서 생산되는 연구논문 가운데 국제 평균을 충족하는 수준이 20%선에 불과하다고 하지 않은가.

그러나 외국인 교수를 한꺼번에 대거 임용할 경우 국내 차세대 우수 인력들의 대학 진출 기회를 박탈할 수도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국내외에서 새로운 지식과 이론을 연마한 뒤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박사 실업자' 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외국인과 내국인 교수간의 처우 격차도 문제다. 서울대는 외국인 교수 한 사람당 5만달러(6천5백만원)의 연봉을 예상하고 있다. 10년 근속 부교수를 기준으로 할 때 연간 3천4백여만원선인 국립대 교수의 급여 수준과 비교하면 적잖은 차이가 있다.

심지어 일부 첨단 분야 외국인 교수는 10만달러 이상의 연봉을 요구하고 있다고 하니 내.외국인 교수간 처우 격차가 대학 내 갈등의 소지가 될 수도 있다.

대학의 경쟁력 제고는 외국인 교수 임용 자체가 아니라 얼마나 능력있는 인물을 뽑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따라서 임용 때는 물론 임용 후에도 단계별로 철저한 질 관리가 필요하다. 아울러 국내 우수 인력 선발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분야별로 외국인 교수 숫자를 제한하는 등의 보완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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