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대만 경제 '뒤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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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대만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주요 시장인 미국과 아시아의 경기둔화로 수출주문이 대폭 줄고, 문을 닫는 공장이 줄을 잇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1분기 경제성장률은 26년 만에 최저로 밀렸고, 지난달 실업률은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지난해 5월 대만 역사상 첫 정권교체를 이뤄낸 천수이볜(陳水扁)총통의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정국불안도 심화하고 있다.

정부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은 야당인 국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한 입법원(국회) 심의과정에서 진통을 겪으면서 규모가 대폭 줄었다.

◇ 늘어나는 실업자=대만의 실업률은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2%대에 머물렀으나 지난달에는 4.22%까지 치솟았다.

1993년의 1.45%에 비하면 세배 가까운 수준이다. 지난달 신규 실업자수는 41만1천명으로 한달 전에 비해 2만6천명(6.7%)이 늘어났다.

제조업체들이 경기부진을 견디지 못하고 속속 문을 닫고 있기 때문이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문을 닫은 공장은 2천9백11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약 70%나 늘어났다. 이 기간의 산업생산은 1년 전에 비해 5.3% 감소했다.

대만 경제부 관계자는 "제조업체들이 임금과 땅값이 싼 중국 본토로 생산시설을 옮기는 추세가 가속화하면서 고용사정을 악화시키고 있다" 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문을 닫은 공장 수는 정부 통계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했다. 현지 언론들은 올해 6천개의 공장이 문을 닫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수출부진으로 경제활력 잃어=전문가들은 대만 경제가 어려워진 가장 큰 원인을 수출부진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수출주문은 1백15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4% 가까이 감소했다. 감소율로는 사상 둘째로 크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수출주문은 총 5백66억6천만달러로 1년 전보다 4.2% 줄었다.

다만 환율이 지난해 초 미국 달러당 30대만달러에서 최근에는 34대만달러로 상승함에 따라 대만달러를 기준으로 한 수출주문은 2.26% 늘어났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97~98년 아시아 외환위기 때보다 낮을 전망이다. 성장률은 98년 4.57%로 바닥을 친 뒤 지난해는 5.98%까지 올라갔으나 올 1분기에는 1.06%(전년동기 대비)로 곤두박질쳤다.

이에 따라 대만 정부는 올 성장률 전망치를 5.25%에서 4.02%로 낮췄다. 그러나 미국의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 딘위터는 이보다 훨씬 낮은 2.4%로 전망하고 있다.

◇ 공공사업으로 경기부양=경기부진 타개를 위해 대만 정부는 공공사업을 일으켜 내수를 촉진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당초 8백억대만달러(약 23억2천만달러) 규모였던 경기부양책은 야당의 반대로 6백16억대만달러로 축소됐다. 대만 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한 세금감면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陳총통의 지지율이 취임 초 79%에서 지난달 조사에선 43%로 떨어진 점도 정부가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을 펴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특히 오는 12월 총선 및 지방자치단체 선거를 앞두고 정국불안이 갈수록 심화하면서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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