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피플]사이버왕따상담실 민승화 상담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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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1면

"얼굴을 맞대면 입을 꼭 다물던 학생들도 사이버에선 자기 얘기를 술술 털어 놓는답니다. 익명성이란 인터넷의 특성 때문이지요. "

민승화(27.사진)씨는 사이버왕따 상담실(http://www.syberwangdda.or.kr)에서 만날 수 있는 5명의 상담 선생님 중 한명이다. 사이버왕따 상담실은 청소년들의 '왕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5월 종교단체인 삼전종합사회복지관에서 개설한 온라인 상담실.

"학생들이 게시판에 자신의 문제를 호소하면 상담사들이 나서서 조언을 해 줍니다. 자신의 문제가 게시판에 공개되는 것을 꺼리는 학생들을 위해 e-메일로 비밀 상담도 하지요. "

민씨는 1999년부터 복지관에서 청소년 상담활동을 해온 전문 상담사. "학생들과 상담을 하다 보면 의외로 수줍어해서 비밀스런 이야기를 나누기가 힘든 경우가 적지 않았지요. "

그래서 e-메일로 깊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 게 좋은 효과를 거두자 아예 사이버 상담실을 열게 됐다고 한다.

사이버왕따 상담실에서 상담을 받은 학생은 지금까지 모두 3백여명. 그 중 80% 정도가 여학생이다. 민씨가 지속적으로 상담하는 학생은 10명 정도.

"어떤 여학생은 자신이 뚱뚱해서 따돌림을 당한다고 여기더군요. 상담 도중 살을 빼겠다고 결심했는데 친구들과 적극적으로 관계를 개선해 보겠다는 것 같아 흐뭇했어요. "

사이버왕따상담실은 왕따 학생들만의 공간은 아니다. 부모와 교사들이 청소년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다른 소외계층들을 만날 수도 있다. 그 첫번째 시도로 다음달 강원도 원주의 장애인 복지시설 소쩍새마을에서 자원봉사 캠프를 가질 계획이다.

"옛날에도 왕따는 있었지요. 하지만 요즘엔 친구관계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시적 소외도 왕따로 여겨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게 왕따를 극복하기 위한 첫번째 준비입니다. "

원낙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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