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살 줄이기 캠페인 ① 폐경기 지난 여성의 복부비만, 치매까지 부른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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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강일구

노인성 치매 걸릴 위험 2.2배

비만은 이제 국민 질병이 됐다.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체질량지수(BMI, ㎏/㎡) 25 이상인 비만 인구가 성인 3명 중 1명꼴로 늘고 있는 것.

비만은 성인병으로 가는 대사증후군의 강력한 지원 세력이다.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같은 성인병과 심근경색·협심증 등 심혈관질환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데는 복부비만의 ‘기여(?)’가 크다.

대한체형비만학회 장두열 회장(체인지클리닉 원장)은 “복부비만은 다리·엉덩이·팔에 붙은 지방과 달리 성인병과 직접 관련이 있다”며 “특히 남성과 폐경기 이후의 복부비만이 더 큰 위험을 부른다”고 말했다.

최근 영국 워릭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고혈압·고혈당이 동반된 비만 환자는 심장마비가 발생할 확률이 일반인에 비해 2배 높았다. 또 조기 사망할 위험 역시 3배나 높았다. 치매 발병률도 상승한다. 스웨덴 예테보리대학 연구팀은 38~60세 여성 1500명을 32년간 추적 조사했다. 그 결과, 복부비만인 여성이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노인성 치매에 걸릴 위험이 2.2배 이상 높았다. 이와 함께 뇌졸중·천식 발병 위험도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내장지방, 혈액을 끈적끈적하게 만들어

젊은 시절 정상 체중이었던 직장인 박모(47·남·서울 강남구)씨는 서른 중반이 넘어서면서부터 뱃살이 불어났다. 아내가 핀잔을 줬지만 ‘남들 다 나오는 배’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다 최근 건강검진에서 고지혈증과 당뇨병이 진단됐다.

복부비만에도 종류가 있다. 지방이 쌓인 부위에 따라 내장지방형과 피하지방형으로 나뉜다. 박모씨와 같은 내장지방형은 이름대로 내장 틈새와 장기 사이에 지방이 축적된 것을 말한다. 남성 비만과 여성호르몬이 저하된 갱년기 이후 여성에 많다. 특히 날씬한 체형임에도 저근육형인 사람은 대체로 내장비만형이다.

반면 피하지방형은 피부 밑에 지방이 쌓인 형태다. 복부뿐 아니라 허리·허벅지·엉덩이 등 전체적으로 살이 쪄 겉보기에도 뚱뚱해 보인다.

대한체형비만학회 최윤숙 교육이사(닥터최바디라인 원장)은 “피하지방형보다 내장지방형이 더 위험하다”며 “내장에 낀 지방이 중성지방 형태로 혈관에 유입돼 혈액을 끈적끈적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근육 키워 기초대사량 늘려야

나이가 들면 근육이 줄어 기초대사량이 낮아진다. 운동을 통해 근육을 늘려야 살이 안 찌는 체질로 바꿀 수 있다.

기초대사량은 생명 유지를 위해 필요한 에너지의 양을 말한다. 체온 유지·호흡·소화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시동만 걸어놓고 움직이지 않는 자동차를 연상하면 된다. 흥미로운 것은 하루에 사용되는 전체 에너지의 60~70%가 기초대사량이라는 것. 반면 운동이나 활동으로 소모되는 활동대사량은 20~30%에 불과하다. 또 음식을 먹을 때 사용되는 식사 에너지는 10% 정도다.

살을 빼려면 섭취 칼로리를 줄이고, 소비 칼로리를 높여야 한다. 결국 비만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근육을 키워 기초대사량을 늘려야 하는 것이다.

근력운동은 강한 수축과 이완 동작을 통해 근육의 기본단위인 근섬유를 키우는 행위다. 따라서 운동 효과를 보려면 근육에 최대 근력의 40% 이상 되는 부하가 걸려야 한다. 이런 기계적인 원리를 이용한 제품도 있다. 100㎐ 미만의 저주파 전기 펄스로 피부를 자극하면 근육섬유가 수축 경련을 일으켜 운동 효과를 나타낸다.

복부비만에 굶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장 회장은 “근육을 단련하는 운동을 하고, 성인 남성은 하루 70~80g, 여성은 60~65g의 단백질을 꾸준히 섭취해 근육 손실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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