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퇴로 열어주고 종합부동산세 실시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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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내년 시행 예정인 종합부동산세의 윤곽이 드러났다. 국세청 기준시가로 9억원 이상 주택 또는 6억원(건교부 공시지가) 이상 빈 땅을 가진 전국의 약 6만명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국민에게 박탈감을 주고 건전한 경제활동을 저해하는 부동산 투기를 막고 집값을 안정시키려는 노력은 강화돼야 한다. 과다한 부동산 보유나 불로소득에 대한 중과세도 불가피하다고 본다. 그러나 그 방법이나 수단이 초법적이거나 시장원리에 어긋나서는 안 된다.

종부세는 이런 점에서 몇 가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무엇보다 단일 물건에 대해 지방세인 재산세와 국세인 종합부동산세를 2중으로 물리는 것은 위헌의 소지가 있으며, 미실현 이익에 대한 중과는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과연 국세청 행정력이 전국 아파트 가격 등락을 제때 반영해 대상을 조정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더욱이 이 세금은 과세대상의 약 절반이 서울 강남 주민이라 '부자'에 대한 징벌수단이 아니냐는 의혹을 갖게 한다.

재정경제부는 부동산 등록세율은 3%에서 2%로 내리면서 취득세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현재 부동산 시장의 문제는 거래가 끊겼다는 점이다. 강남에 있는 고가 아파트를 팔려고 해도 양도소득세에다 새 집의 2%인 취득세와 등록세를 내고 나면 이사 갈 이점이 없다. 보유세를 강화하더라도 팔고 나갈 퇴로는 열어줘야 한다. 취득세 등 거래세에 대한 추가 조정이 필요하다. 재경부는 매년 세금이 50% 이상 늘지 않도록 하는 등 고민을 했지만 증가율이 높아 상당한 조세저항이 불가피할 것이다.

종부세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장들은 벌써부터 위헌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과거 정부는 부동산값을 잡는다고 토지초과이득세 등을 도입했다가 결국 위헌 판정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정부 정책에 충실히 따라 세금 낸 사람만 손해를 본 어처구니없는 일도 있었다. 이번 종부세 역시 이런 문제점에 대한 보완이나 치밀한 검증 없이 서둘러 밀어붙이다간 엄청난 국민 혼란과 반발, 행정력의 낭비를 초래할 것이다.